[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먼동이 틀때에 눈 비비고 일어나 산책에 나서 가쁜 숨이 조절될 때쯤이면 동산을 오른다.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소리가 발걸음을 숲속으로 이끄는데, 딱따구리의 나무방아 찧는 소리를 신호로 다양한 음색을 바람에 실어 보내면서 전원의 향연이 시작된다.

아직 잠이 덜 깬 굵고도 묵직한, 청량한 공기 마신 맑고 깨끗한, 변성기 맞아 걸걸하고 육중한, 고고의 성에 경이론 탄성, 앞서 가는 엄마보고 천천히 가자고 애원하는, 이슬로 목 축여 물방울 굴리는, 길흉 전한다며 깍깍 까~악 까~악, 새봄 되어 처음 만난 수다스런 인사말, 강남 다녀온 여행사설의 발라드.

저마다의 가사에 곡을 얹으니 희노애락에 애오욕까지 나와 각양각색의 청이 엇박자에도 자연 조화의 하모니를 이룬다. 고향 가는 기류선 못 타 안달하는, 산란기 맞춰 가문 좋은 자웅 찾는, 배고프다 칭얼대는, 보금자리 허락 사정하는, 산에서만 사는 산 집안 식구들의 왁자그르르, 잠자러 가니 조용하라는 소쩍, 자기도 알 하나 낳았다고 신호하는, 새벽엔 해소가 더하다며 골골 꼬르륵 꼭, 매연에 목이 가려 가르렁 그르렁,

햇살이 숲속을 골고루 노크하면 늦었다고 소란 떨며 나가면서 좋은 하루 약속하느라 지지 굴 찌지 굴, 이따가 만나자며 호루룩 후루룩, 와르르 워르르. 사람 사는 걸 보고 배운 새들이 옹기종기, 오르르 우루루, 일상의 시작을 알리며 일터로 간다. 여기서 먹고 자고 싸며 땀내고 노래하는 데 걸림 없는 이곳이 그들의 소확행장 전원이리라.

이런 평화 행복 낙원에 지(自己)들 한 테 필요하다는 복지시설에 우리 불행까지 얹어놓고는 절이 싫으면 중더러 나가라네. 이런 짓도 잘한다고 하늘이 돕고 있는 건가? 지각 있다면서 새들의 교향곡도 이해 못하는 영장님들이시어 제발….

눈도 못 뜬 채 약육강식의 제물 되는 비운에 감기로 입맛 잃어 사약 넘겨 진미 기다리는 식구들에게 종천지통을 남기고, 부딪히며 밟히고 넘어지며 부러지고, 얻어맞아 횡사하며 날쌘 놈 발길질에 질식하니 세상 내편은 하나도 없다. 밤새도록 먼 길 안내하던 올빼미도 날 새면 잡힐라 걱정하며 깊이깊이 들어갔다. 그렇게 가슴조리며 입맛도 못 다신 채 숲속의 해돋이 기다리며 밤을 샌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키워서 잡아먹는(兎死狗烹) 큰 새한텐 모이도 잘 주면서 제 길로 큰 우리한텐 폐기물만 던져주고, 구사일생 살아서 몸 부니 천하일미라며 잘도 해체한다. 순 사기꾼들 인총 피해 심심산골에 둥지 틀어도 미세먼지 따라 온 매운 내가 살고프면 또 이사하라네. 하루도 못살 하루살이가 쉴 곳은 어디인가! 우리 불행이 지(人間)들의 행복이라며 그게 인간의 법칙이란다. 이런 천벌을 받을, 그런데 천벌 줄 하늘은, 코로나19가 그 대신인가?

그래도 숲속의 합창은 울려 퍼진다. 억울하고 분하다고 부리를 부드득 갈면서, 이대론 안 되겠다며 꺼억 꺽 최고음으로, 가다듬지도 않은 채 끼룩끼룩 소리 나는 대로, 눈물이 앞을 가려 안 보인다고 아무데나 부지직 배변을, 그래도 숨 쉴 곳이라도 좀 틔워 달라며 애원하는데, 심술쟁이 마파람이 그 소릴 휘익 채간다. 그런데, 뭔 일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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