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주야 관리… 국민 신뢰가 총선 투표율 높였죠"

한영선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이 도선관위 선거체험관에서 지난 총선 등 선거관리에 대한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한영석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이 도선관위 선거체험관에서 지난 총선 등 선거관리에 대한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4월15일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최초의 선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인 일상 생활조차 어려웠다. 모든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총선 연기론까지 불거졌었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성공적인 선거를 치른 한영석 충북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처장을 만나 당시 상황과 우리나라 선거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선거 자체보다 방역물품을 구하기 매우 어려웠다. 워낙 많은 양의 물품을 구매하다 보니 지게차까지 동원해 운반하고 지급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한영석 사무처장은 쉽지 않았던 4·15 총선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다행스럽고 뿌듯한 것은 선거과정에서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포함해 지난 1990년 12월 입사한 후 30년 6개월 동안 치렀던 모든 선거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어떤 징계나 주의조차 받아 본 적이 없어 운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걱정되고 아찔한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거 기간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 고조될 때로 자고나며 확진자가 늘어나는 시기였다.

"코로나19로 '선거연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어려웠을 때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유권자들도 거리두기 등 많은 협조가 있었기 가능했다."

특히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은 일반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없어 별도의 장소를 만들어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결국 예년의 선거보다 2~3배의 힘든 업무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정신적으로도 편할 날이 없었다며 당시 선거를 회고했다.

"올해는 개표과정에서도 다른 선거 때보다 수작업이 많았다. 예전 선거에서는 비례정당 투표용지도 투표지 분류기를 통해 분류할 수 있었지만 선거제도가 바뀌어 워낙 많은 정당이 등록해 수작업을 해야 했다."

4·15총선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K방역에 이어 K선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선거제도 만큼은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전 투표가 대표적이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배를 타고 오래 바다에 나가 있는 국민들을 위해 선상투표도 한다. 팩스로 투표용지를 받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한다. 이러한 제도는 다른나라에는 없다. 충북에도 120명 정도가 있다."

한영석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 김용수
한영석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 김용수

성공적인 총선을 치렀지만 앞으로 언제 터져나올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싸움 등 선거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한 처장은 선거를 통해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위해 쓰고 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볼 수 없지만 버려지는 것이 많다. 선거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는데다 선거예산이 증가하는 추세로 줄일 것을 줄여야 한다."

한처장은 대안으로 토론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꼽았다.

"예전에는 연설차량을 통해 방송하면서 아파트 단지, 학교 인근 등에서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 운동장 등에 후보자들이 모여 합동연설회를 하곤 했으나 이제 선거 문화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하던 합동연설회 대신 토론회를 많이 하고 홍보물을 받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는 추세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로고송, 율동 등 요란한 선거운동이 사라졌다. 대신 토론문화가 정착이 되고 그런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한 처장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발을 디딘 계기는 단순하다.

선배들이 정당이나 출마자들이 대부분 지역에서 명망이 있는 인사들로 일반인 민원이 없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1990년 12월 입사 당시에는 많은 제약으로 할 수 없는 선거운동이 많았다.

"모든 것이 종이로 이뤄지는 선거운동으로 현수막, 유세 등이 주로 하는 선거운동이었다. 현수막도 선착순으로 검열을 했고 이에 선거운동원들이 밤새 기다리기도 했지만 이제 선관위에서 발급한 '표지'를 받아 직접 현수막에 붙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점차 온라인 선거가 생기면서 포털도 이용하고 광고도 많이 하고 있고 선거법도 개별선거법으로 돼 있던 것을 통합했다."

1995년 충주에서 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출마자가 115명이 달했다. 당시 현수막에 인주를 직접 찍어주면서 검열을 했는데 마감 일 새벽 4시가 돼서야 끝났을 정도였다며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또 선거홍보물은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가 없어 저울로 달았다. 투표용지 인쇄는 5일 동안 할 정도였는데 당시에서 투표용지 인쇄를 일선 시·군에서 직접했다. 지금은 도 선관위에서 인쇄를 한다.

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입사 후 다음 해에 실시된 1991년 지방선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5·16군사쿠데타로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30년만에 부활돼 처음으로 실시된 선거였다.

한영석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이 도선관위 선거체험관에서 지난 총선 등 선거관리에 대한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충주 살미면 기초의원 선거에서 동수가 나왔다. 당시 선거법상 동수일 때 연장자 승리로 결국 재검에서도 동수가 나왔다. 95년 지방선거에서는 중원군 주덕면 선거에서 1표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당시 한 표로 낙선한 후보자는 자녀가 공무원으로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결국 이 후보자는 다음 선거에서 1표 승리를 거뒀다."

7월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한 처장은 후배들에게 가장 큰 덕목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선거과정에서 실수가 있으면 후보자, 국민들이 볼 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향이 너무 크다. 준비도, 과정도, 점검도 철저히 해 실수가 없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선거에 영향이 있는 실수가 아니지만 오해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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