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인국공'이라는 요약어로 대변되는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이 거세다. 박원순 시장 사건 등으로 잠시 여론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높은 임금(2019년 정규직 평균연봉 9130만원, 신입사원 평균연봉 4589만원)문제를 떠나 그동안 정부가 내세웠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라는 모토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사안에 분노하고 있는 90년대 생, 즉 청년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이다. 분명 정규직화는 청년들이 반길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에 분노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우리 기성세대들의 진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 2016년 정유라사건 이래 나타난 사회현상 중 하나는 우리 청년세대가 불공정한 사안이 발생할 때에는 단호한 분노를 집단적으로 표출한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매체에서 우리 20대 청년 세대들을 상징하는 단어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공정(Fairness)과 분노(Rage)라는 단어다.

오늘 날 우리 청년세대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공정이라는 키워드의 이면에는 일자리를 둘러 싼 치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혁신, 곧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는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기술 혁신으로 새롭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이전의 혁명들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2020년까지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반면 새로운 일자리는 200만개만 생겨났을 뿐이다. 특별히 로봇대체지수가 세계1위인데다가 디지털혁신 속도가 선두를 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 고갈에 대한 후유증은 심각하다.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은 우리 청년세대에게 닥쳐오고 있다. 2020년 7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고용률이 55% 내외에 불과하다. 통계가 시작된 1982년 이후 최악인 상황이다. 그나마 취업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이 다수인 현실이 우리 청년들을 절망 속에 몰아넣고 있다. 치열한 관문을 뚫고 취업현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경쟁은 용납될 수 없다. 2018년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화 팀 구성 시 청년들이 반발한 것은 공정하지 못함에 대한 단호한 의사표시였다. 일부에서 같은 민족에 대한 연대의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며 청년들의 우경화 현상을 우려했지만, 이는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편견이다. 오히려 편 가르기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이 진영논리로 청년들의 의식구조를 판단하려 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9년 일본과의 외교 갈등이 첨예화되었을 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우리 20대들이 그 전위에 나서 활동한 것도 민족감정의 발로라기보다는 외교 문제를 국제무역관계로 몰아가는 일본 정부의 공정하지 못한 자세를 문제 삼은 것이라 봐야한다. 20대 청년들이 자기중심적 이라고 걱정하는 여론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의 절박함에 허덕이고 있는 이들에게 공공적 사고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한 요구다. 몇 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으로 김군이 사망했을 때 그의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을 보고 청년들이 "너는 나다." 라고 외치면서 절규한 것도 김군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들의 자화상을 본 건 아니었을까? 많은 인재들이 교사와 공무원에 몰려드는 현실을 우려할게 아니고 청년들이 이 분야만큼은 가장 공정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기성세대들이 자문해봐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부동산 정책의 실패도 청년들을 암담하게 한다. 주거, 일자리에 대한 비관적 미래는 결혼과 출산도 포기하도록 만든다.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우리 청년들이 간절히 바라는 건 공정한 경쟁이 담보되는 환경이고, 그것이 무산될 때 사회적 분노로 표출된다는 것을 기성세대가 성찰해야 한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보수화된 것도, 자기중심적인 것도 아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 몰린 청년들의 몸부림으로 이해해야 한다. '90년대 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의 주장처럼 "세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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