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살아온 친구가 성년이 되었다. 말썽꾼 사내는 한 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어 집에서나 동네에서 심지어는 학교에서까지 열외로 여겨 아무도 상대를 해 주지 않으니 몹쓸 짓거리는 그치질 않는다. 그때 심술쟁이 심수리의 학력은 '차카개(착하게)' 수준이었다.

다리 밑 헛 또랑(도랑)에서 주워왔다고 헛똘쑨이라고 부르던 여자애는 부모 없이 남의 집에 얹혀살았으니 학교는 고사하고 그저 먹여주고, 재워주는 게 고마워서 심부름만 부지런히 했다. 철들어 몸집이 커지면서 여장부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힘든 일도 잘 하는 헛똘쑨이의 어깨너머 학력은 중장비면허시험에 합격하는 수준이었다.

학력 장애우 수리는 그 흔한 자전거면허도 못 땄는데 더 신세질 수 없어 떨어져 나온 무학의 돌순이는 남의 전답 빌어 정성들이니 해마다 풍년 맞아 일 부자가 된다. 돌순이 호적을 만들어준 수리 아버지가 돌순이를 찾아가 '우리 집 말썽꾸러기 놈, 사람 좀 만들어 줄 수 없겠나?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내가 가진 것 다 주겠네. 사람 같지도 않은 것한테 재산 물려줘 뭣하겠나! 적선하는 셈 치고 착한 일 한 번만 도와주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농사철이 되자 돌순이가 수리를 불러 '너, 부모님께 착한일 한번만 하면 장가들여준다더라'면서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바꿔본다. '착한 일, 어떻게 하는 건 데?' '내일부터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는 대로 아버지를 모시고 너희 집 논밭을 한 바퀴 돌아오면 되는 거야. 할 수 있지?' '그럼.' '그러면서 아버지가 하는 대로 따라서 하기만 하면 되는 건 데. 어디 한 번 해볼래?' '해볼게.'

돌순이와 약속을 하고 수리는 아버지의 일거일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려고 애를 썼다. 아버지는 어른 아이 상관없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부모님 안부도 묻고, 집안일도 물어보고, 농사이야기도 하면서 서로 도와줄 일거리도 의논한다. 물꼬도 살피고, 피사리도 하면서 비료 줄 때와 농약 뿌릴 때도 같이 일을 한다. 전문도우미와도 같이 일하면서 일머리를 배운다. 그러면서 애도 많이 삭였다. 일하는 사람들 불러 새참도 나누고, 들 점심 먹을 땐 지나는 이에게 막걸리를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수리는 아버지를 따라 농사짓는 일 배우는데 정신이 팔려 장가드는 것도 잊었다. 장가를 구실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할 수 있도록 착한 일을 몸소 체험해 익힌 수리는 이제 장가가는 건 뒷전이고 아버지를 도와 농사 잘 짓겠다는 생각이 앞서 이제는 돌순이의 농사꾼 친구가 되었다.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아흔아홉 개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던 사람이 어떻게 해서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되면, '그 애의 천성이 원래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며 본 좀 보라고 한다. 사람은 그렇게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허물을 벗어야 되는가보다.

말썽꾼 후레아들 친구 심수리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마음 살려 사람 같은 사람돼보려고 진땀으로 짓이겨낸 헛똘쑨이의 믿음 가는 짭짤한 살맛은 못 미친 지각있는 이들의 본보기 애어른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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