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경기도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사진이 최근 화제에 올랐다. 사진 속 학생들은 얼굴을 검게 칠하고 모자와 제복을 갖추고 어깨에 관을 이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아프리카 가나의 장례식에서 관을 든 젊은 상여꾼들이 운구 도중 경쾌한 춤을 추는 영상이 이목을 끈 것을 보고 학생들이 k-pop 그룹 방탄소년단에 빗대어 '관짝소년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패러디한 것이다.

'관짝소년단' 사진은 의정부 고등학교의 다른 졸업 사진들과 함께 성공한 패러디가 되는 듯했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의 인종차별 지적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웃고 박수친 다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내심 미안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은 다수의 무지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샘 오취리는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을 보고 '안타깝고 슬퍼질 뿐 아니라, 불쾌한 행동'이고, "한국에서 이런 행동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블랙 페이스' 분장은 흑인 외모에 대한 비하 의도를 담고 있어 금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블랙 페이스'의 문화적 맥락을 알고 행한 것이라면 비난 받아 마땅한 행동이고, 의미를 모르고 했다면 무지에서 벌어진 일로 기왕의 실수에 대한 사과와 향후 시정 의사는 보여야 하는 일이었다. 이래저래 샘 오취리의 지적은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샘 오취리의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자정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샘 오취리가 문제를 지적한 방식을 트집잡거나 과거 방송에서의 샘 오취리의 부적절해 보이는 언행을 재평가 하면서 그가 지적한 인종차별 문제를 샘 오취리 개인적 차원의 잘잘못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k-pop의 인기에 편승해서 갑자기 문화 선진국이 된 듯 취해있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차별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인권과 평등에 대한 개념이 싹트고 자란 구미 선진국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면서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적 표현을 막고자 힘쓰는 것을 보면 이러한 차별금지에 관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십여 년 전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 시도를 해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성정체성, 장애(신체조건), 병력, 외모, 나이, 출신 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혼인 여부, 성지향성,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 전력, 보호 처분,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하지만, 특히 성소수자들에 대하여 인색한 태도를 보이는 보수단체의 반대로 지금까지 입법이 무산되고 있다. 보수단체의 주된 입법 반대 논거는 성소수자가 아닌 다수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며. 성소수자 우대(?)로 인한 대수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생기며 그리고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성적취향을 나라가 권장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정한 분야에 입법이 논의 되고 있는 까닭은 수많은 자유의 영역중 그 영역에 법이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의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소수자, 특히 성소수자나 미국처럼 소수인종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단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입법취지인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소수자의 성향을 권장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권택인 변호사
권택인 변호사

우리나라에서는 성소수자 문제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기독교 문화권 국가가 성소수자를 위한 입법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오히려 이슬람 국가가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비추어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반대는 기독교적 신앙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짝소년단' 논란을 보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금지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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