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Chapter 1 : 위협

2020년 초경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 생소한 바이러스는 비교적 낮은 치사율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지긴 하였지만 뜻밖에도 강한 전파력 수치가 치사율에 곱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사람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을 물어뜯는 좀비는 영화에서만 존재한다고 믿어왔는데, 위험은 현재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변화무쌍한 바이러스의 특징을 겪고 나니 그런 좀비 바이러스가 어딘가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조차 들만큼 위협적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Chapter 2 : 적응

반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인류는 그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항할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대신 적응하고 있다. 빠른 시일내에 방어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는 소식도 들리긴 하지만 사람들이 빠르게 적응한 것은 위협이 제거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라기보다 아니고 위협이 일상화되어 이미 환경이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일 학교를 가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이 불안해 하던 아이들도 간헐적 등교에 익숙해졌고, 만나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단절될 것만 같았던 친목모임도 랜선으로 대체되어 여전히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린 마주한 위험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다.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무서웠다기보다 처음 실체를 드러낸 생소한 위험에 놀랐던 것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마스크 안 쓰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벌써 잊었다. 각자 나름의 생존방식을 택해서 여전히 살아남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비대면 사회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오히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구환경의 변화로 생태가 바뀌어 개체별로 삶이 바뀌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만 약간 바뀌었을 뿐 어쨌든 생존하고 있다.

#Chapter 3 : 연대

이 파괴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이 사태는 얼마 후면 진정될 것이다. 그러나 바뀐 생태계를 경험한 우리의 삶의 모습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고, 성장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다가 판도라 상자를 연 것 같은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성장보다 성찰에 집중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이 정착될 듯하다.

바이러스 위기 극복과정에서 비대면 생활이 강제되어 경제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정은 총칼 든 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은 사람들의 경우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새로운 생활방식이 정착되면 그들의 경제적 손실은 전쟁부상이 아물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까닭에 바이러스 위기 극복이 성공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위기 극복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태계에서 살아남아 성공한 구성원의 열매를 나누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마치 전몰 혹은 상이군인에 대한 예우의 문제와 같은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지 단지 개인적 차원의 동정의 문제는 아니다.

#Chapter 4 : #살아있다.

개인파산관재 업무나 민사재판을 하다보면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case가 종종 보인다. 당장 먹고 사는 것에 집착하는 동물세계에서는 적자생존이 진리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은 갑자기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한 동료들을 당장의 생태계에서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도태되도록 방관하여서는 안된다.

권택인 변호사
권택인 변호사

그들은 바뀐 생태계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구성원들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환경은 코로나가 갑자기 들이닥친 것 보다 더욱 빠르게 변할 수 있고, 이내 적자의 조건은 바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여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 이것이 환경이 갑작스럽게 가혹하게 변했어도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의 종의 특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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