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 교장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그냥 물고기를 줘라!" 얼핏 잘못된 것 같지만, 우리 시대의 고민이 담긴 제안이다. 이 역설의 주인공은 스탠포드대 인류학과 제임스 퍼거슨 교수!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시대에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실업자만 늘릴 필요 없이 물고기를 나눠주는 이른바 기본소득제가 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제란 취업여부, 소득여부 등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자는 정책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일자리 감소는 예상되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다가 온 현실이다. 이미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200만개에 불과하다. 특히 청년들의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더 심하고 코로나19 사태는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10월 통계청 기록에 의하면 60대 이상의 취업률은 약간 늘었지만, 19~34세의 청년실업률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는 약 12조의 재원을 투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구조적 문제에 감염병 요인까지 겹쳐 그 해결은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기본소득제 논쟁은 몇 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최근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본격화되었다. 본래 기본소득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가 주장하는 정책이다. 기존의 복지정책을 다 없애고 기본소득 지급으로 대체하면 복지정책에 드는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비롯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불완전한 노동자,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 즉 '프레카리어트'라 칭하는 노동자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복지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도 배경이다. 안정된 고용을 전제로 하는 사회보험은 이들에게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제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복지정책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의 보수정당인 기민당은 물론 국내의 보수 진영에서도 전향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먼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선행적인 대책, 곧 저항 없는 세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데, 빌 게이츠가 제안한 로봇세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소득에 대한 소득세와 사회보장비를 부담하듯이, 로봇이 노동자의 연봉에 상응하는 일을 하면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며 이 재원으로 기본소득제 같은 사회복지정책에 투입해야 한다는 게 빌게이츠의 주장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디지털지수 국가 1위, 로봇대체지수 국가 1위를 달리는 한국사회는 기술의 혁신에 선두를 달리지만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어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특별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말로 할 수 없다. 불평등 심화와 더불어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결혼과 출산, 더 나아가서는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동학개미'라는 말로 표현되는 주식투자 열풍, 암호 화폐 투기 등의 중심에 우리 청년들이 있는 것은 이러한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봐야 한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절박한 청년들의 분노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청년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전 국민의 기본소득 지급은 국가의 재정건전성 문제로 어렵더라도 청년들만큼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지출하고 있는 예산과 로봇세 도입 등을 과감히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정책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기성세대를 부양할 세대가 무너진다. 청년기본소득제가 불평등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희망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청년들이 희망과 비전을 갖고 도전하게 하는 것, 거기에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