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딸부자 집 4대독자인 친구가 대를 이어야 한다며 7남2녀 집안의 막내딸과 혼인을 했다. 몇 해가 지나도 아기가 없자 양자를 하려했으나 아주 먼 집안밖에 없어서 가슴으로 아들을 낳았고, 이듬해에는 연년생으로 딸도 낳았다. 온 가족이 사랑과 정성으로 건강하게 잘 키웠다.

가족들의 정성과 본인들의 노력으로 남매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아들은 미국에서 박사가 되어 돌아와 모교에서 강의를 맡았고, 딸은 의학을 공부해 종합병원 의사가 되니 서로 떨어져 살아야했다.

손자손녀 자랑으로 하루해가 짧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들 내외가 주선한 팔순기념여행 중에 불의의 사고로 네 식구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천지가 아득했다. 큰딸이 주관하여 선산의 조부모 산소 아래에 차례로 장례를 모시고 백일 탈상 후 재산상속을 하는데 장손이 제안을 한다.

'조부모님 명의 재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아파트는 제 아버님 명의로 전세 들어 사시던 거구요, 인삼밭 3천500평과 텃논 열두 마지기도 아버님 명의로 임대를 준 것입니다./ 네 부모의 재산은?/ 그거야 제게 권한이 있는 것 아닌가요?/ 그게 다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거 아니냐?/ 현재는 제 아버지가 소유권자잖아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닌데!/ 뭐라고요?'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으니 손자와 손녀는 자기들이 입양자인 줄을 몰랐다.

머리 검은 짐승(사람)은 (남의 공을 모르니) 거두지(믿지) 말라거나 남의 공을 모르면 짐승(反哺之孝)만도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런 말을 한 이도 사람이니 자신을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쉽게 믿지 마라는 말이리라.

일부 중에도 극히 일부인 부모와 자녀, 형제와 자매, 남녀와 부부, 가족과 친인척, 이웃과 친구, 아군과 우방, 사제와 노사 등 불신사례는 끝이 없다. 왜 그래야 하지? 세상을 어떻게 살라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면서도 삶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순간순간 수도 없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 믿는 도끼에 찍히는 발등이 그러니 아니랄 수도 없다. 그런 꼴들을 뉴스에서 콕콕 찍어 소상하게 안내할 때 지각 있는 이들의 반성계기(改過遷善)가 되면 참 좋을 텐데, 역으로 비행지침으로 알고 악용되니 문제다.

교토사양구팽(狡兎死良狗烹)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면 동물만도 못함을 속일 수도 없음인가? 사람이라고 어찌 다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사람다워야 사람 아니겠는가! 반짝이는 게 다 금이 아니듯 머리 검은 짐승이라고 다 못 거둘 건 결단코 아닐 것이다. 양자나 입양자가 친자보다 훨씬 부모봉양 잘한 얘기는 다 어디로 보고 듣고서 왜 흘려버렸는가?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사람을 쓴다(人材登用)는 건 머리 검은 짐승 거둠과 다름없음 아닌가? 억지가 아니길 바란다. 믿고서 앉을자리 잡아주고 써보니 맘에 안 든다고 고쳐보지도 않고서 팽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제 손으로 키운 제자식도 제 맘대로 못하면서 다른 환경 적응 인재를 어찌 내 틀에 맞춘 주물(鑄物)이길 바라는가! 당신도 한때는 누군가의 머리 검은 짐승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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