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단조로움 하나 없는 가을 정취는 마치 '중년(中年)'을 보는 듯하다.

결국 앙상함만 남을 텐데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견식을 화려하게 불태우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바로 중년층이다. 가을 중턱에 서 있는 이런 중년들, 특히 중년 남성들이 유독 외로워 보인다.

이들에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일 수 있다. 떨어진 낙엽처럼 소임을 다했으니 자루에 담아 대충 처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 당연시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중년 남성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사회의 모든 기조가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여성에만 맞춘 듯하다. 중년 남성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지 않아 한 발이라도 비집고 넣을 자리는 없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보호할 책무니 그렇다 치고, 청년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다 큰 청년들을 위로해 줘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 같다.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지 되묻고 싶다.

어찌됐든 우리 사회는 이들을 매번 두둔하고, 기죽지 말라고 금전적 지원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여성에 관심을 쏟는 곳도 없을 터다. 정부에 '여성가족부'를 만들어 여성 권익 증진과 복지에 신경 쓰니 말이다. 여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홀대받으면 절대 안 될 일로 인식한다.

이런 현실을 반응하듯 지방정부에는 이와 관련된 부서들도 즐비하다. '아동청소년과', '노인복지과', '여성가족과', '청년지원과' 등 명칭은 대동소이하지만 기능은 같다.

지방정부 어디에도 중년들을 위한 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을 겨냥한 정책도 찾기는 어렵다.

단체를 결성해 목소리를 키우고,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아서일까. 이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침묵하고 나서지 않는 것은 그저 현 상황에 수긍하고, 성찰하듯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기만 하는 품격 있는 소신과 배려, 양보에서 비롯될 수 있다.

중년 남성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나를 달라면 둘을 내주며 앞장섰던 선배 중년들처럼 여러 가지 지원은 몸에 맞질 않는 어색함으로 여길 수 있다.

그저 소임을 다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원동력이자 사회에 꼭 필요한 중심축이라는 가치를 인정해주길 바랄 것이다. 특별한 무엇보단 자신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관심을 원한다.

박재원 경제부장
박재원 경제부장

오늘도 외강내유(外剛內柔)로 하루를 보낸 중년들은 어디선가 가을에 심취해 있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 툭 가져다되면 눈물 한 방을 주르르 흐를 것 같은 감수성으로.

어쩌면 '중년남성지원과(課)'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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