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

-영국 Diamond방사광에서 분석한 구제역바이러스 구조. / 출처 Diamond 방사광가속기
-영국 Diamond방사광에서 분석한 구제역바이러스 구조. / 출처 Diamond 방사광가속기

이제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서 삶을 위협하는 친숙한 공포가 되어버렸다.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해 이제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졌다고 할 정도로 타격을 가져왔고, 전 세계의 문명이 그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경제는 추락하고 있다. 다행이 최근 코로나 극복의 희망을 보여주는 좋은 소식들이 전세계 연구소 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중이다. 즉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과학'이다.

바이러스를 모르던 시절, 전염병의 창궐은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공포였다. 중세 때 흑사병으로 인해 당시 유럽 전체 인구 1/3이 사망했다. 20세기 초 시작된 스페인독감은 무려 5천만명의 인구가 죽음을 맞게 했고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1928년 영국의 플레밍 교수는 우연히 실험실에 놔뒀던 배양그릇에 퍼진 푸른곰팡이가 그 주변의 포도상구균을 녹여버린 것을 발견함으로써 인류는 처음으로 바이러스에 대적하는 무기를 가지게 됐다. 바로 페니실린의 발견이다. 그후에도 바이러스는 주기적으로 꾸준히 출현했고, 과학자들은 항생제 페니실린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생제들과 백신을 개발하면서 꾸준히 싸워오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중요한 무기가 바로 방사광가속기다. 우리는 80년대 초반부터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을 이용해 단백질구조를 선명하게 규명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를 이용해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할 적에 필수적인 구조데이터를 알게 됐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영국에서 치명적인 동물전염병으로서 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전염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그 지역의 모든 가축들을 집단도축하고 매장하는 등 구제역 방역조정은 철저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구제역바이러스의 형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고, 이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구제역 치료제만드는데까지 성공했다. 조류독감이 창궐했을 적에 조류독감 치료약인 타미플루 역시 방사광가속기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구조를 규명하고 분석한 데이터에 기반을 둬 만들어낸 치료제다.

Infographics Crystallography gray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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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의 고성능방사광가속기들은 일제히 코로나 바이러스 규명연구에 총동원되고 있다. 영국의 다이아몬드 방사광가속기는 옥스퍼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해 백신개발을 하고 있고, 미국 화이자와 협력한 독일 바이오엔텍 회사는 유럽 ESRF와 DESY 방사광가속기에서 고정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오늘 백신을 개발했다고 뉴스가 나온 미국의 모더나 역시 방사광가속기에서 구조분석실험을 의뢰하는 곳이다. 이렇듯 방사광가속기는 항생제 같은 신약개발과 백신을 만드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연구시설이다.

이주한 박사
이주한 박사

충북 청주 오창에 지어지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바이러스 연구지원본부가 될 것이다. 초기 10기의 빔라인 중 2기가 바이오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소각산란장치(SAX)와 분자결정학장치(MX)다. 이 첨단장비를 통해 바이러스들의 입체구조와 미세구조를 규명하게 되고 이를 활용해 안정된 백신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까지 알려줄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은 이렇게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결을 맞추면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도 승리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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