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눈을 감으면 네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미움도 크지만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곤 한다. 마음 한쪽엔 미워하고 두고보자 하는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냐. 너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하지 않았니. 여기서 더 나가면 뭐하겠니. 그런다고 오빠가 여기에 평생 갇혀있는 것도 아닐 거 너도 알 것 아니니."

몇달 전 언론에 보도된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상습적으로 협박하고 괴롭힌 데이트폭력 가해자인 40대 남성 A씨가 교도소에서 피해 여성 B씨에게 보낸 편지내용이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교도소에서도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 위협한 것이다.

B씨는 이 편지를 받은 뒤 불안감이 더욱 커졌고, 편지를 받은 후부터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억지로 먹어도 구토 증상에 시달리고 매일 악몽을 꾸고 눈에는 실핏줄이 터졌으며 정상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25일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다.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1981년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 협회가 제정한 날로 1961년 11월 도미니카공화국 정부의 독재에 대항하던 미라벨 세 자매가 사망한 것이 시초가 됐다. 세 자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81년 라틴 아메리카의 한 여성 협회가 11월 25일을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로 지정했고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친 여성 협회들이 협력해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을 선포하고 기념해 오고 있다.

이렇게 세계에서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 제정돼 40년이 지난 지금껏 이어지고는 있으나 여성 폭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충북센터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전체 상담 건수는 4만6천43건이다. 피해 유형은 가정폭력이 2만9천207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집 안에서 매맞는 여성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366충북센터에 따르면 드러나지는 않지만 폭력의 강도는 더 세졌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또 1366충북센터가 진행한 데이트 폭력 피해 상담은 896건이다. 경찰이 충북 도내에서 데이트 폭력 사범으로 붙잡은 사람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824명에 이른다. 범죄 유형은 폭행, 체포, 감금, 협박, 살인, 살인미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제는 데이트 폭력을 개인간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범죄로 인식해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말한다. "피해자가 숨어 사는 사회가 아니라, 가해자들이 숨어 사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이다.

지나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여성들 자신도 사랑과 집착을 잘 구분해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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