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1년 반이나 지났다. 일본제품 불매 운동은 냄비처럼 쉽게 식을 것이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그동안 여러 번 곡절을 겪으면서 일상 생활 속의 국민 운동으로 정착됐다.

지난달 불매 운동의 대표 브랜드인 일본 SPC 기업 유니클로의 한정판 의류를 사기 위해 줄까지 서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닌텐도 게임에 이어 불매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과민 반응인데다 개인의 소비 생활을 과도하게 강제하거나 침해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돼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유니클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J컬렉션'이 출시 하루 만에 품절됐다. 완판된 이유는 유명 디자이너 옷을 10만~20만 원대에 판매해 명품 브랜드를 추종하는 일부 젊은 층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광고의 한글 자막이 일제 강점기와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본발 무역 규제 반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의 주요 타깃이 됐다. 당시 논란이 된 광고 원문은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 못 해)였으나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한글로 의역됐다. 광고에 나간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하고 조선인 여성을 위안부로 전선에 끌고간 때였다. 즉 80년이나 지났는 데도 잊지 않고 책임을 요구한다며 한국을 조롱한 것이다.

여기에 유니클로 일본 본사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재무책임자(CFO)가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냄비 근성으로 폄하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후 유니클로는 일본 맥주, 자동차와 함께 불매 운동의 주요 타킷으로 지목돼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유니클로는 불매 운동과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 등 악재가 겹쳐 지난해 매출이 9천749억원으로 30%급감했다. 영업 이익도 평년 2천억원 대에서 1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일본 기업의 한국 무시와 비하, 조롱은 유니클로에 그치지 않고 있다. 나이키 재팬은 지난달 차별과 왕따 등으로 고민하는 10대 여학생 3명이 스포츠를 통해 화합하는 모습의 광고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광고는 재일 한국인, 흑인이 집단 괴롭힘으로 차별적인 시선을 받는 장면을 담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한복을 입은 재일 한국인에게 행인들이 눈총을 보내는 장면은 한국민을 차별하고 있다는 의혹을 샀다. 해당 유튜브 광고는 1일 현재 '좋아요' 2만1천개, '싫어요' 1만9천개 등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일부에서는 일본 행동에 유독 과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침탈과 강제 징용, 위안부 동원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몰염치한 행동을 잊지 말고 반드시 따져야 한다. 해방 이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제2 독립운동으로 승화되도록 다시 마음을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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