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고교 야구 신성 탄생

김종신 감독과 정상희 천안상고 교장이 감독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신 감독과 정상희 천안상고 교장이 감독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1982년 한국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이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전국 고교 야구.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대붕기, 대통령배 등 대회가 열릴 때마나 야구부가 활동하고 있는 고등학교는 물론 각 지역민들이 지역 학교를 응원하며 그야말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특정 지역의 고등학교가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뒤 고장으로 돌아와 펼친 카퍼레이드는 그때만의 추억이기도 하다.

충남 천안도 1977년 재단인 한화가 북일고등학교에 야구부를 창단하며 야구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됐다. 북일고는 대통령배(3회), 청룡기(1회), 황금사자기(2회), 봉황대기(5회) 등 전국 대회에서 총 11회 우승하며 자타공인 야구 명문고로 성장했다. 북일고의 성장은 천안북중, 천안남산초 야구부의 진학 연계로 이어졌고 천안의 대표적 스포츠로 야구를 자리 잡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일고의 독주 속에 충남에는 공주고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감히 그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지금 천안에 43년 역사를 자랑하는 북일고 야구부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 신생팀이 창단을 준비 중이다.

전 국가대표 투수 출신인 김종신(51) 감독과 NC다이노스에서 투수로 활동했던 윤강민(30) 선수, 같은 팀에서 포수로 활동했던 신진호(30) 선수가 의기투합해 천안정보고등학교에 학교 내 단일클럽으로 야구부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해 현재 1학년 7명, 신입생(중3 졸업예정 선수) 6명 등 총 13명으로 선수를 구성하고 있다. 김종신 감독은 사업자등록 후 대한야구협회에 선수 13명을 정식 등록한 후 2021년부터 주말리그 및 전국대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

김종신 감독
김종신 감독

김종신 감독은 북일고(11회) 야구부 출신으로 인하대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본래 지도자로 활동에 관심이 높았던 김 감독은 파주 율곡고와 일산 백송고에서도 야구부를 창단했던 경험자다. 김 감독은 천안상고 야구부가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야구를 하면서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충남에는 많습니다. 중학교의 경우 천안북중과 온양중, 공주중, 부여외산중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클럽 선수들이 북일고와 공주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도 하고 운동을 하지만 사실상 지역 내 진학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정과 경제적 이유로 진학을 포기한 어린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비록 지금은 13명의 선수이지만 진학의 벽을 넘지 못한 선수들 가운데 신입생을 발굴한다면 분명 천안은 물론 충남 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거라 확신합니다."

김 감독의 계산에는 제자선수들의 고교 졸업 후 진로도 담겨 있다. 북일고와 공주고는 아무래도 학생선수들이 내신을 관리하는데 벽이 있다. 천안상고는 북일고와 공주고에 비해서는 내신 관리가 수월하다는 데 김 감독의 계산이 숨어 있다. 당장 프로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훈련과 내신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대학 진학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스포츠인 만큼 야구는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이 없이는 이어가기 힘든 종목이다. 김 감독은 그런 선입견을 천안상고에서 깨겠다는 비전을 학부모들에 내비쳤고 "5년간 천안상고에서 자리 이동은 없다"고 공언했다.

김 감독의 야심찬 계획은 천안상고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학교측은 운동장 사용은 물론 학생들의 학사 관리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윤강민 코치
윤강민 코치
신진호 코치
신진호 코치

그리고 김 감독이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무기는 바로 든든한 코치들이다. 그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인 윤강민 선수는 2013년 NC다이노스에 입단해 2020년 SK와이번스를 거쳐 이제 지도자로의 길을 시작했다. 윤 코치가 NC다이노스 선수 생활시절 함께 뛰었던 신진호 선수도 천안상고 야구부 코치로 합류했다. 신 코치는 201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입단했고 2017년 2차 1순위 지명을 받아 NC다이노스에 선수생활을 이어간 후 올해 은퇴했다.

이들은 내년 주말리그 또는 전국대회에서 모교이며 고교야구의 터줏대감격인 북일고를 상대로 1승을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이들이 만든 천안 고교야구 바람이 미풍으로 끝날지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태풍이 될지 내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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