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엄마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왜 말할 때마다 이건 진짜 참말이라고 하는 거야? / 진짜로 참말이니까 그렇지. / 그럼, 아까 한 말은 그냥 참말이야? / 그냥 참말? 그게 뭔데? / 그냥 들어보라고 하는 말 아니었어? / 아니야, 그것도 참말이야! 너, 정말 엄마 말 못 믿겠니? / 못 믿는 게 아니라, 어떤 게 진짜로 진짜 참말인지 정말로 모르겠어서 그러는 거야. / 정말?

중년의 모녀가 부모산 해돋이를 보고 내려오다 마음으로 간절히 아주 절절하게 빈 서로의 소원을 주고받는다. 엄마의 소원은 뭐였어? / 우리 딸 사관학교에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우리 딸 보미는? / 정말? 나도 그랬는데, 우리 약속한 것 같다. 그치? / 내말이! 우리 소원 꼭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아주 정말 열심히 노력해보자, 그러면 진짜로 꼭 이뤄질 거야! / 진짜?

아빠, 내가 진짜로 아빠아들 맞아? / 그래,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 우리 집에서 나만 말썽을 부리잖아. / 알기는 아네? 아빠도 너만 할 때 할아버지 할머니 속 참 많이 썩여드렸었는데. / 그럼, 아빠는 언제부터 사람이 된 거야? / 아빠라고 안 하고 아버지라고 부르면서부터 그랬을 걸? / 그게 언제쯤이야? / 고등학교 때 할아버지께서 사주신 '아버지'라는 책을 읽고서부터. / 참말야?

가짜뉴스인줄 알면서도 정말 그렇겠지? 하며 따라가고, 보이스피싱 조심하란 말 듣고서도 속는 이는 끝이 없으며, 하늘도 사람을 속이는데 국민 속이는 거야 뭐 어떻겠느냐며 아침 약속을 저녁에 뒤집기는 여반장인데, 참사랑에 참부모와 참교육에 참 일꾼이 진짜 참깨소금 맛에 갈피 못 잡으니 불확실성시대에 익숙해져 반세기가 지나도 그게 당연한 걸로 알고 산다. 어떤 게 진짜야?

올해는 코로나도 한몫을 했다. 날 더우면 간다더니 엄동 되니 더 극성이고, 당분간 떨어져 살자는데 그걸 못 참아 수천만을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갈망의 백신주사는 언제쯤 맞을 수 있지? 고령자부터 차례로 병마에 사라지고,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며, 더는 못살겠다며 스스로 자기이름 지우는데 제 몫 챙기기만 바쁜 이들은 강 건너 불이다. 코로나보다 진짜 더 중한 게 뭐지?

위로와 격려, 칭찬과 용기의 말과 행위에 혼이 빠지니 그대로 통속의 인사말 밖에 안 되고, 기부와 봉사, 배려와 사랑에도 내 마음이 희석되니 생색이요 눈도장이며, 보고 듣고 만지고 깨물어 느껴 봐도 한마음이 두 사람 안 되니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 보여도 가식이란다. 그 흔하디흔한 '참'자 붙이려니 지난 것들이 매도될까 걱정이다. 어차피 마음에 없던 것 그냥 두면 안 될까?

수심제심치심평심(修心齊心治心平心)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참마음(眞心)에서 우러난 참말(眞實)을 할 수 있고, 꼴지라도 먼 길 함께 갈(同行) 수 있으며, 신간심장까지도 기꺼이 떼어줄(獻身奉仕) 수 있으니 정말이나 진짜니 참이라고 힘주지 않아도 낯 선이까지 찾아와 속을 열어 보인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자녀의 친구보다 친하게 얘기하고 싶거나 주변 사람들 마음을 모으고 싶거든, 진짜로 사랑할양이면, 강한 부정의 수식어 정말 진짜 참보다 때 묻지 않은 마음을 눈높이 따라 전해보자. 틀림없이 통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하면 남도 내말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시조 한 번 조용히 음미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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