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 '희망 품은 꿈'이 날아 오르다

Color of Sotda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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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솟대. 솟대는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징물로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과 땅, 땅속이 각기 다른 세계로 이루어졌다고 믿었고 이들 세계는 기둥(우주목)으로 이어져 있어 하늘에 있는 신(神)이 이 기둥을 통해 오르내린다고 생각했다. 솟대 끝에 앉아있는 새는 풍요를 상징하며 인간 세상과 신(神)의 세계를 이어주는 심부름꾼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희망의 아이콘' 솟대를 테마로 신축년 새해의 새 소망을 노래하는 전시가 진천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교통대 장효민 교수의 '솟대 뉴트로 그래픽전'. 기획초대전으로 오는 2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적 솟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문화관광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편집자

#진천종박물관서 2월 28일까지 열려

Sotdae Arirang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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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솟대의 사계', '솟대의 컬러', '솟대 그리드', '솟대 아리랑'의 4가지 주제로 작업한 작품 56점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충북에서는 최초로 전시 자체가 포토존이 되는 '전시 콘셉팅 기법'을 적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풍경을 배경으로 파노라마처럼 서있는 솟대의 모습, 솟대와 대비되는 다양한 색의 배열, 그리드 위에 올라앉아 있는 솟대, 조금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솟대 아리랑의 시각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이중 중원민속보존회가 무대에 올린 아리랑 공연을 보고 가슴 뭉클했던 감동을 표현한 '솟대 아리랑' 시리즈는 장 교수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작업할 테마다. 우리 민족의 한(恨)과 정서를 대변하는 아리랑은 솟대와도 일목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시선을 모은다.

작업에 활용한 솟대 이미지는 조병묵 솟대 명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장 교수는 현존하는 많은 솟대작품 중 조병묵 명인의 작품이 가장 모던할 뿐아니라 옻칠을 도입해 실외에만 서있던 솟대를 실내로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가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적 솟대 이미지를 다양한 OSMU(One Source Multi Use) 디자인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도시 공공 환경디자인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나의 샘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글로벌시대에는 도시의 이미지(Look and Feel, Tone and Manner)가 도시마케팅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점에서, 솟대 전통이미지가 지역의 다양한 공공디자인 분야에 어떻게 시각적으로 차별화되고 조화롭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를 통해 지역이 지닌 전통 콘텐츠들이 아름다운 도시환경 요소로, 관광 활성화의 사례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뉴트로 콘텐츠의 대표화·브랜드화 필요

한국교통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장 교수는 도시 공공디자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도시재생이나 공간 복지 등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 공공디자인이 적용되고 있지만, 명확한 개념없이 전국적으로 유사한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자체별로 뉴트로(Newtro : New(새로움)+Retro(복고)적인 고유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 감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천군 공공디자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 교수는 진천군에도 농다리, 종박물관 등 뉴트로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자원이 많은데 대표화와 브랜드화가 부족하다며 마을의 수호, 안녕, 상서로운 기운이 퍼져나가는 솟대 이미지는 마치 종(鍾)의 울림과 닮아 스토리텔링과 의미 부여를 통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간판·표지판 도시 미디어 기능해야

장 교수는 도시디자인과 공공이미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름·겨울방학을 이용, 해외 곳곳을 방문해 현장연구를 하고 있다. 그동안 방문한 나라만도 50여개국 160여개 도시에 이른다. 한 도시에 2박 3일 정도 머물며 각 도시의 공공이미지와 도시디자인을 탐구하고 이를 정리해 출간한 책만도 10여 권. 2007년 '디지털 이미지디자인', 2011년 '오스트레일리아 사인디자인', 2014년 '색다른 사이니지 디자인1', 2015년 '색다른 사이니지 디자인2', 2016년 '색다른 사이니지 디자인3', 2016년 '유럽스타일 사이니지 디자인', 2017년 '브리티시 스타일 사이니지 디자인', 2017년 '아동·여성친화 디자인', 2018년 '유럽 공예사인 디자인', 2019년 '호주 사인 디자인', 2020년 '매력적인 도시재생 사인 디자인'이 그것이다.

장 교수는 "해외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스며있으면서도 심미성과 기능성이 잘 조화된 도시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별 특성 반영이 미흡해 천편일률적인 도시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특히 각 지역의 사인(간판·표지판)은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중요한 도시이미지가 되기 때문에 통일된 서체, 색채, 아이콘으로 지역의 정보를 전달하고 이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무원, 전문가, 시민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행정 안에서만 추진되는 도시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디자인 프로젝트만 총 200여회 진행

장 교수는 이러한 현장 연구를 한국교통대가 있는 충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접목하고 있다. 그동안 지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어울림 플랫폼, 충주를 주제로 한 디자인 제안전, 한국교통대 지하도 여성안심시설 조성, 디자인 인문학 강좌 등 디자인 프로젝트만 200여회 진행했다. 특히 올해 본격적으로 구현될 충주 애플아트뮤지엄과 충주 애플 커뮤니티 스페이스 조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곳은 '에어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라는 개념을 도입해 '영역 경영', '지역 경영'을 보여줄 예정이다.

끝으로 장 교수는 "솟대는 예로부터 사람의 꿈과 희망을 하늘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코로나로 불안정한 일상을 감내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솟대가 품고 있는 새해 새 희망과 치유, 기다림의 미학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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