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윤석열 총장이 부활했다. 정경심 판결이 나자 어떤 이는 조국 전 장관이 십자가를 졌다고 하지만 오히려 부활은 윤 총장이 8일 만에 했다. 십자가와 부활의 배경이 된 정경심 판결과 윤석열 결정문을 읽어 보았다.

윤 총장의 결정문은 본안 판단 사항에 대해 먼저 논한다. ① 재판부 분석 문건은 부적절하나 심리 필요, ② 채널A 사건은 소명 필요, ③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은 징계 사유 아니고, 이후 절차적으로 기피 결정에 있어 재적위원 과반수를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필자는 앞선 기고에서 윤 총장이 본안 소송은 유리, 집행정지는 불리하다고 했는데, 결정문은 본안 사유를 끌고 와 윤 총장이 본안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집행정지를 인용한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원래부터 무리수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대통령이 해임 처분 즉시 새로운 총장을 선임하면 절차적으로 잘못이 있다 하여도 법원의 집행정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가 해임이 아니라 정직 2개월에 그쳤다. 새로운 총장 선임은 없고 절차의 흠결이 있으니 본안 사유를 심리할 틈을 주었고, 본안 사유 중 정치적 중립위반은 한(漢)의 복비법(腹誹法), 궁예의 관심법(觀心法) 수준이므로 절차와 실체에서 완벽히 졌다.

결과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사과를 하면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동문서답을 하고, 민주당은 기득권의 쿠데타, 법조 카르텔, 사법의 과잉 지배, 사법의 정치화까지 주장하더니 총장 탄핵을 주장한다. 청와대에는 정경심 재판부의 탄핵과 윤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글이 몇 십만을 돌파했다. 탄핵과 해임 이유가 궁금하여 청와대 글도 읽어 보았다. 대략의 내용은 윤 총장은 검찰개혁의 역사적 책임을 위하여 해임을, 정경심 재판부는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이라고 한다.

현 정부와 지지자들 특징 중 첫째가 적법 절차는 무시되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가 '절차 좀 지키라!'는 윤 총장의 결정문이다. 두 번째가 본인들은 기득권의 선의의 피해자라고 한다. 그 답변이 '위선 좀 그만 떨라!'는 정경심의 판결문이다. 세 번째, 제목과 당사자만 읽는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이 유죄면 내용 불문하고 재판부의 탄핵, 윤석열이 복권이면 이유 없이 검찰개혁이다. 논리가 이어지지 않는 동문서답과 진영 논리의 단호함은 글 내용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공수처 필요성, 검찰 개혁도 일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점점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지배하겠다는 것인지, 민주적 통제인지 민주당 통제인지 모호해졌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보험인지 경호처인지 혼란스러운 데 김두관 국회의원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보호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명쾌한 답변을 했다. 개혁도, 국민도, 절차도, 민주주의 그 무엇보다 '대통령 보호'가 먼저이다. 과거 제왕적 대통령을 비난하더니 지금은 법치(法治)보다 인치(人治)가 먼저이고, 문 대통령과 친소(親疏)로 인치의 기준을 세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문 대통령이 2012년 쓴 책 '사람이 먼저다'는 선거 때 슬로건처럼 쓰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집권 4년 동안 쓴 내용은 '(우리) 사람이 먼저다'이고, 지지자들이 답한 내용은 '문 대통령이 먼저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자각은 매우 어렵다. 윤 총장이 왜 부활했는지 그리고 정경심이 어쩌다 구속된 것인지 제목과 사람만 읽지 말고 글의 내용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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