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이태동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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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하굣길, 인근 호숫가를 지나는데 낯선 나룻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 가득한 5학년 다섯 명은 나룻배에 올라 "어기 여차! 어기 여차! 어른들 노(櫓) 젓는 흉내를 내며 장난쳤다. "이제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 볼까?"하는 누군가의 제안에 동조하며 말뚝에 묶여 있던 밧줄을 풀어 긴 빨래 바지랑대 모양의 노(櫓)를 젓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뜻하지 않는 집단행동의 열차를 타게 된다.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 모방심리, 이론의 부재가 화를 불러 일으킨다. 배는 호수 가장자리를 벗어나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었던 긴 노는 무용지물이 됐고, 수심이 깊어지는 지점을 지나 팔의 힘이 약한 초등생들에게 노는 물살을 가르기는커녕 물 위에 그냥 떠 있길 강제했다. "이놈 자식들, 뭣들 하는 거야?", " 빨리, 안 나와." 배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배 주인은 연신 분노의 목소리로 호숫가를 서성거렸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바람은 거세게 불어 공포감은 커져만 갔다. 4m 길이에 2m 폭도 안되는 낡은 배이니 풍전등화 신세가 된 것이다. 친구들과 노를 저어 간다는 사실에 우정과 자긍심, 경탄을 금치 못했지만, 순간의 충동과 유혹, 무지에 이끌려 후회스러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무례한 5명의 아이들은 배에 갇혀 점점 호수 한가운데로 떠밀려 갔다. 안전을 생각하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그때 새삼 체감했다. "아, 이러다가 배가 전복되면?" 사랑하는 부모와 친구들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겠지. 엄습하는 불안감과 생존의 위협에 온몸은 땀과 눈물로 얼룩져 갔다. "제발, 살아서만 돌아가게 해주세요." 끊임없이 기도했다. 두 시간여의 사투를 벌였다. 결국 지나가던 나룻배에 의해 우리 일행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겨우 다른 배에 건져 올려졌다. 2019년 학교안전 통계에 의하면 학교에서 일어난 안전 사건 사고가 무려 4만7천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사람의 탄생과 죽음의 기회는 누구나 일회적(一回的)이다. 단 한 번의 사건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온다. 어느 정도 지적 능력과 실천적 의지가 그래서 중요한 줄 모르겠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가정, 지역사회 국가를 위해 자기 통제를 할 수 있을 때 일상의 소소함조차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안전교육은 즐거운 학교생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희망인 셈이다. 특별실, 학용품과 도구 사용, 운동장과 놀이터, 실내 체험학습, 동물원, 박물관, 놀이공원, 공연장 관람 등 기초적인 적응 과정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회전문, 지하철, 지하도로, 상가 등 다양한 시설 이용, 야외 경험은 빼놓을 수 없는 생활 교육이 된다. 사실 도로 한가운데에 노란색, 흰색 선 몇 줄 그어놓고 신호등 몇 개 설치해놓았다고 안전할까. 상당 기간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약속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 길 위의 약속 신호등, 표지판 하나하나가 생활 속 습관과 체험의 빅데이터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어떤 곳이 걷기에 행복하고, 버스 택시 전철 기차 배 비행기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안전띠와 손잡이는 어떻게 사용하고,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느 것 하나 사람들의 환경과 안전이 결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즉, 지혜로운 판단과 행동은 조화로운 행동을 요구하고 편리함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전기, 가스, 화재, 지진이 발생할 때 신고 절차를 떠올리고 집 밖으로 질서정연하게 대피한다든지, 태풍, 낙뢰, 폭염, 한파, 폭설이 닥칠 때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1·2학년 '안전한 생활' 과목을 맡았다. 나도 한 뼘 정도 안전의식이 높아진 느낌이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 안전교육은 일상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최고의 투자가 될 수 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 응급처치의 신속한 의료 체계만 보아도….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고 사고(事故) 없는 안전한 생활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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