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생후 16개월된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충북에서도 맘카페를 중심으로 엄마들 사이에 핫 이슈로 '정인이 사건'이 거론되며 진정서를 제출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정인이의 양부모는 목사 자녀들로 자신의 친딸 성장과정에서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길러주기위해 터울이 적은 여자아이를 입양해 TV에도 출연하는 등 좋은 부모인냥 연기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6월 10일 태어난 정인이는 생후 8개월인 2020년 2월 3일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4월 29일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이사 후 5월 25일 병원에서 최초로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6월 초 경찰이 내사 종결했다.

이후 6월 29일 양부모 지인이 2번째 아동학대 의심신고 접수를 했고 7월 2일 경찰에서 첫 수사를 착수했지만 8월 21일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의견 송치했다.

이후 9월 23일 병원이 3번째 학대 의심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현장에서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정인이는 10월 13일 생후 492일, 입양 254일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후두골, 쇄골, 우측늑골, 우측 대퇴골 등 골절과 온몸에 멍은 물론 소장, 대장, 장간막 파열로 배속에 피가 가득했고 췌장이 끊어지는 등 정인이의 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렇게 '정인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정인의 양부는 다니던 회사에서도 해고 됐다.

정치권에서도 이 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아동학대 방지 및 예방 관련 법안인 '정인이법'을 오는 8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여야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세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충북의 아동학대 112 신고 접수 건수는 2017년 352건, 2018년 436건, 2019년 508건으로 갈수록 증가추세다.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병원과 양부모 지인이 신고를 했다. 아동학대 신고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3만8천380건 가운데 교사·아이돌보미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3%(8천836건)에 그쳤다. 77%인 2만9천544건이 이웃이나 친인척 등 '비신고의무자'의 신고였다는 것이다.

현재 뭇매를 맞고 있는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전문가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은 예측요인이 없고 모든 학대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코로나19로 학교·복지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주변인들의 신고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도 정인이 같은 아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주변에서 아동학대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관심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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