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올해는 육십간지 중 38번째 신축(辛丑)년이다.

흰색을 의미하는 천간의 신(辛)과 지지의 축(丑)이 만나 신성한 기운을 상징하는 '하얀 소띠의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얀색의 해에는 상서롭다고 하여 복되고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소는 우리와 가까이 일상을 같이 하는 동물로 성질이 유순하고 묵묵히 일하는 성실함을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소띠 생들은 어질고 온순하며, 뚝심과 끈기가 있고 근면하게 매진하는 특징이 있으며 추진력이 강한 타입이다. 장수로 말하면 변함없는 충성과 의지로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대장군이요, 농민으로 말하면 근면 성실로 대농을 일구어 내는 농민갑부에 해당한다.

어릴 때에는 집집마다 소를 길렀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의례적으로 소에게 풀을 띠끼러 갔다. 저수지 둑방에 소를 풀어놓지 못하고, 보 두렁으로 혼자 소를 몰고 다녔다. 소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샘이 나서 황소 등에 탔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소가 고개를 숙여서 뜨려고 하면 두 손으로 코도래를 치켜들어 제압하곤 했다. 우리 황소는 뿔이 예쁘고 잘 생겨서 '소장수'영화 촬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암소는 해마다 새끼를 낳아 나의 고등학교 학비를 대어 주었다. 그뿐 아니라 품도 앗아 큰 농사를 지어 주기도 했다. 식구들과도 정이 많이 들어, 팔고 오는 날이면 서운함이 많았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소와 생활을 같이 하면서 소와 관련한 속담이나 일화도 많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 하여 느려도 꿋꿋하게 끝까지 간다고 했고, 지독지애(犢之愛)라 하여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소를 팔아 아이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한데서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도 했다. 계룡산 갑사에는 절을 짓다가 죽은 소의 공을 치하하는 백제시대의 우공탑(牛公塔)이 있고, 경북 상주에서는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를 슬퍼하여 죽은 의로운 소를 장례지내고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황희 정승과 소의 이야기는 후대에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황희가 벼슬하기 전 농부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가는 것을 보고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물으니 농부는 일을 멈추고 나와 황희의 귀에 대고 조용히 "누렁 소가 더 잘합니다." 하기에 괴이하게 생각하여 물으니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이를 듣게 되면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소이까?" 했다. 이후로 황희는 남의 장단점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 불언장단(不言長短)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온 세계가 힘들고 어려웠으며 그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힘들고 고통 받으며 삶에 안간힘을 다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힘든 시간이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우직하면서도 참을성이 강한 소의 집념처럼 조금만 더 참아 낸다면 밝은 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농자(農者)를 근본으로 하여 살아왔던 우리 선조들과 함께 해온 근면하고 성실한 소의 기상으로 신축년 한해를 시작해 본다. 귀마방우(歸馬放牛)의 시대가 곧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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