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언론을 침공했다. 기사 작성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기계라는 점이다. AI 도입은 시간이 증가 추세로 언론이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인력 절감 등 경영의 합리화 차원이기도 하지만, AI의 기사 작성 능력이 인간 못지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널리즘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저널리즘의 주체가 인간을 이탈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AI 저널리즘은 주체가 기계라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역사상 분명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임은 분명하다.

AI 저널리즘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뉴스 기사를 생성한다.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사들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생산된다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들이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료를 해석, 조직, 제공한다. 특히 이 과정은 상당히 많은 자료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기사 구조의 유형을 선택하고, 핵심 요소를 명령하고, 이름, 장소, 금액, 순위, 통계 등 세부 정보를 삽입하는 알고리즘(Algorithmic)을 포함한다.

AI 저널리즘은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스의 취재, 작성, 편집, 유통 등 저널리즘 과정 중 어떤 하나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대체 또는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AI 저널리즘은 AI, 컴퓨터 알고리즘이 자료를 처리하고 분석해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을 말한다. AI 저널리즘은 '알고리즘 저널리즘 또는 자동화된(Automated) 저널리즘'으로도 불린다. 쉽게 말해 컴퓨터 프로그램, 알고리즘이 기사를 생성한다. 이런 점에서 AI 저널리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율성(Autonomy)에 있다. 인간이 AI 저널리즘을 만들었지만, 그 수행과정에는 인간의 개입이 불가하다. 사람이 뉴스 기사 작성을 위한 기본 정보나 자료를 입력하면, 사람의 손과 머리를 거치지 않고 AI가 알아서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아주 자율적이며 몰가치적으로 말이다.

2018년 포르투갈 세계편집인포럼에서 제기된 '강화된 뉴스룸(Augmented Newsroom)'이라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에서 AI의 광명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 신개념은 취재 기획과 실행, 작성, 편집, 보도, 댓글관리 등 언론사에서 이뤄지는 많은 부분의 업무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세계 200여 미디어 매체를 대상으로 '2019년 저널리즘, 미디어, 기술 트렌드와 전망'에 대해 조사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2019년은 AI와 기계 학습의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본격적 투자가 이루어지리라 전망하고, 미디어 매체의 78%가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 응답했다.

AP통신, LA 타임스 등 해외 많은 언론에서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어떤가? 언론 전문 월간지 <신문과 방송>은 '모바일 뉴스. AI 저널리즘. 가짜 뉴스'를 통해 지난 2017년을 AI와 미디어 융합의 원년으로 기록해도 큰 무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6년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기사 작성에 활용하는 언론사는 '파이낸셜 뉴스'다. AI 기자 이름이 '아이엠에프엔 보트(IamFNBOT)'다. 이 AI 기자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증권 시황 기사를 송고했다. 이어 헤럴드 경제, 전자신문, 연합뉴스 등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모든 분야가 아닌 상장사 기업 정보, 증권 관련 정보,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송사의 경우, 지난 2017년 대통령 개표방송에서 서울방송(SBS)이 최초로 AI 기자(이름 NARe)를 도입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방송은 선거 개표 결과를 SBS 나래 로봇 기자라는 바이라인(Byline)을 달고 기사를 출고했다. 방송사들은 시청각 모두를 동원해야하는 특성으로 AI 도입의 한계에도, 그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려는 추세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AI 저널리즘은 이제 미디어 매체들이 외면할 수 없는, 당면한 현안이다. 세계적 추세인 데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화 속도와 질을 상상과 예측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보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빚어지는 이른바 '우라까이'가 퇴조하는 전망도 가능하다. 기자의 자질과 기사의 수준을 향상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로봇기자에게 일을 뺏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 환경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기존 저널리즘을 비판, 개편하는 탈저널리즘(Dejournalism)의 도래를 대비하지 못하면 그 언론사는 무한, 질적 경쟁에서 도태되는 불운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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