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지금 우리는'코로나 19' 라는 터널을 힘겹게 지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한 줌의 빛'을 발견했다는 것이 위안이 될 뿐이다. 하지만 같은 터널 속에서도 가진자와 못가진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암울하다.

고용시장의 양극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장 먼저 벼량 끝으로 내몰렸다.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도 '일단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외한위기였던 1998년 이래 비수도권의 취업자는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또한 한 명 이상 직원을 고용한 소상공인도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나홀로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만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 플랫폼 중심의 대기업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연일 증시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이른바 'K자' 고용 양극화로 서울을 포함한 경기 인천지역으로 중견 및 대기업으로 '고용 블랙홀'은 가속화되고 있다. 중소도시는 물론 시골의 작은 마을의 의류, 화장품 가게는 텅 비어 있지만, 초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하루하루가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터널에서도 고속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과, 완행열차를 타고 있는 사람, 이들을 지켜보며 두 발로 걷는 사람이 있다. '나는 걷지 않고 완행열차의 지붕 위에라도 올라타서 다행이다'며 안도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IMF시절 국가가 위험에 빠졌을 때, 대기업이 위태로울 때 가진자와 못가진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할 것없이 우리는 '함께살자!' '같이 살자!'고 서로가 서로에게 우산이 됐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에 빨간 잎이 화려하게 피어오른 화분을 구매한 적이 있다. 분명 꽃 집에서는 생기가 넘치고, 아름다웠는데, 집으로 온 지 얼마 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잎을 하나, 둘 떨구기 시작했다. 말은 못하고 살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 열악한 환경이 닥치면 동물이 개체 수를 줄이는 것처럼, 마지막 잎 하나를 살리기 위해 나머지 모두를 떨구고 있었다.

나름 물도 열심히 주고, 외출할 때는 통풍도 잘 시켜줬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애타는 마음에 꽃가게로 다시 들고 가서 '심폐소생술'을 부탁했다. 그리고 1주일 만에 다시 찾은 화분은 싱그러움 그 자차였다.

균형발전이란 무엇일까? 중앙정부는 지자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을 저해할 정도의 지역 간의 차등은 없어야 한다. 물론 지역마다 부존자원과 잠재력이 다르고, "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의 집중, 공간적 몰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잘 안다.

하지만 지난 수 십 년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최면에서 이제 깨어나야 한다. 지금은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오히려 저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동효과(Breaing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그 신호는 회색 코뿔소가 몰려오는 것처럼 과거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나타났으며, '코로나 19'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됐을 뿐이다. 이제는 강력한 정부 개입을 통한 지역 불균형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12%인 서울 경기지역에 인구의 50%, 1,000대 기업 본사의 70%이상이 밀집된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의 중앙 집권적 전략은 양극화를 비롯한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등의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주력산업이 침체한 가운데, 획일화된 균등화는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위기극복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을까? '지역사랑상품권'이 거대한 쇼핑몰로부터 '우리동네 가게'를 지켜 낼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된 것처럼, 벤처투자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이라면 가능하다.

이미 산업 사이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위기의 기업도시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장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전직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하지만 해외 기업도시들의 사례에서 보듯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유니콘 유치가 여러 탈출구 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전적인 기업유치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국내 한 소도시는 200억 원에 달하는 기업유치를 성사시켰지만, 이 기업의 신규채용 목표는 30여 명이 불과했다. 반면 2016년 설립된 HMR(가정간편식) 밀키트 제조의 한 스타트업은 2018, 19년도 벤처캐피털로부터 300여 억원의 투자를 유치 했는데, 이를 통한 고용은 2017년 약 20여명에서 2019년에는 293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우리는 '부의 편중'을 넘어, 일자리마저 편향된 시대를 살고 있다. 같은 터널 안에 있지만,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누간가에게는 행복한 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고통스러운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멈칫거리고 있는가? 나아가고 있는가? 힘들지만 우리는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럿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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