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옥수수, 대두(콩), 소맥(밀) 등 국제 곡물 가격의 강세가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국외 농산물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30%를 웃돌며, 다른 원자재 등 타 상품 펀드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 포함 농산물 펀드 9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무려 32.53%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원자재펀드의 수익률 15.10%를 두 배 이상 웃돈다. 농산물펀드는 최근 한 달 수익률도 12%를 넘으며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6개월간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덕에 오랜 기간 부진했던 농산물 펀드도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는데 곡물 가격은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대두는 남미 지역의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저수온 현상)로 공급이 줄어든 반면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폭등했고 옥수수도 남미 생산량 감소 우려에 대두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파급효과까지 겹쳐 가격이 뛰었다. 밀은 주요 수출국의 공급량 감소 및 미국과 러시아의 생산 감소 우려로 올랐는데 그 주요배경은 코로나19로 물류와 노동력 이동에 차질이 빚어진 점도 공급에 지장을 줬다고 한다. 또한 달러화 약세도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으로 농산물 등 원자재는 주로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자재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엔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자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농산물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속 전 세계적 경기부양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을 포함한 원자재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이를 헤지하기 위해 농산물 등 곡물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할 것으로 조언하고 있는 바, 우리나라의 농업계와 금융계에서는 제대로 준비(k-농축산물 펀드 설정)가 이뤄지고 있을지? 필자는 의문이다.

'식량이 돈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지구촌을 덮친 가운데, 2021년 이후에도 여전히 그 여파로 인한 심각한 식량난이 예상된다. 돈의 흐름은 가장 강력한 증거다. 세계 곡물가·식량자급률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세계 적으로 서서히 농축수산물 쪽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재 우리의 '농업계'와 '금융계'는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펀드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농산물 펀드 수익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곡물 등을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우리 농축수산물의 비중은 한 없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최근 우리 농산물 시장에서도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회자되면서, 수급이 쉽지 않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이는 곧 농산물 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시장 안에서 수요 자체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항상 공급(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루스 디프리스'의 저서 '문명과 식량'(the bic rachet)에서 인류문명이 굶주림을 극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을 해왔음을,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오늘날에까지 진화해왔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식량이 부족했던 인류 초기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진화했고, 근대 산업혁명시대 폭발적인 인구증가에 대해서는 기계화와 대량생산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제는 우리도 코로나19 위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제 농산물 펀드 시장에 대한 접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다른 상황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가치창출로 농업ㆍ농촌의 또 다른 진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농식품에 대한 민간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미·호주 등 전통적 농업 강국에 대한 투자를 넘어 최근에는 중국이나 동유럽의 농업에 대한 투자도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해 조지 소로스는 우크라이나 농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밝혀 우리 농업계를 놀라게 한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도 농식품 분야에 민간 자본 투자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전반적인 산업 분야의 성장률, 수익률, 물가, 금리가 낮은 '새로운 국면(new normal)'의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그동안 민간 자본이 축적되지 않은 농업 분야가 이미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우리 농업도 기술적으로 첨단 융복합산업으로 시스템 전환이 시작했고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온도·습도·일조량·토양 등을 측정해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어장치를 작동하여 최적의 상태를 제공해주는 스마트팜(smart farm)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농산물 품질 향상으로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는 토지와 노동에 의존하던 농업에서 기술과 자본 집약적 농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이는 곧 농업=금융이라는 공식에 대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력을 갖춘 농업인들이 고가의 첨단 시설농업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고 마치 주택연금 처럼 자기 농축산시설을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농식품 투자플랫폼(sales & lease back) 사업'을 추진 함은 물론 이와 함께 우수한 청년농들의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갖고 농식품 분야에 도전하는 청년들이나 귀농인들의 초기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도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코스피 종합지수 3천포인트 시대, 우리 농식품 펀드 투자 활성화는 식량 안보 기반을 튼튼히 해서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은 물론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선진화에 밀알 역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과거 상해임시정부청사에 김구 선생님이 새긴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의 말씀대로 변하지 않을 소중한 농업의 가치를 가슴에 새겨 어떤 급변하는 상황에도 잘 대응하기 위해 더 늦지 않고 글로벌 농산물 펀드 시장에 우리도 뒤쳐져서는 안될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작년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독려를 위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였고 그 성과는 무려 90%대의 수익을 거뒀다. 이제는 이땅의 생명산업인 농산물 펀드에 우리가 투자하고 그 열매를 거둬야 하는 적기가 아닐까? 농업계의 일원인 필자는 감히 여러분께 국산 농산물 펀드에 투자해 보기를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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