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징계 심사부터 소송까지… 고충처리·자기 통제력 역할 지원
온라인 상담·중앙고충심사 운영 투명성 제고·공정 판결 힘쓸 것

이재관 소청심사위원장이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제공
이재관 소청심사위원장이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제공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천안 출신 이재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차관급)이 구랍 25일 취임해 한달여가 지났다.

이 위원장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기획 분야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행정 전문가로 전문성, 조정능력, 소통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위원장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소청심사와 고충사건 해결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직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청심사위의 역할과 활동 계획 등을 소개한다.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편집자

 

취임한지 한달 여 됐다.

-공직 입문 후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최대한 공정하게 국민의 관점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해 왔고 공직 발전에도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말에 소청심사위원장으로 취임해 한 달 남짓 직무를 수행해보니, 공무원과 국민들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고 각자의 입장에서 거는 기대 또한 작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 소청심사가 국민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공무원들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고 국민의 관심도 큰 분야인 만큼, 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임무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에 대해 감사드리면서도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의 공직생활 경험을 잘 활용해 공무원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소청심사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소청심사위는 공무원이 징계 처분이나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 등을 받고 소청을 제기한 경우 이를 심사해 결정하는 특별행정심판위원회다. 중앙고충심사위원회의 기능도 함께 관장하고 있다. 공무원 소청심사제도는 직접적으로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업공무원제도를 확립하고 간접적으로는 행정의 자기통제 역할을 한다. 고충처리제도는 공무원이 근로조건, 인사관리 기타 신상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 심사 또는 상담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무원의 권익을 보다 폭넓고 다양하게 보장해 공무원의 부당처우 또는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직무 능률을 향상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소청심사위는 소청 결정사례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소청 사례집을 정기적으로 발간해 각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에 배포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각 기관에서 소청과 고충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징계 결정을 받고나서 소청심사에서 경징계로 구제받는 사례가 나오면 '제 식구 감싸기다, 솜방망이 처벌이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소청심사위는 공무원이 행정기관으로부터 위법 또는 부당한 징계처분 및 기타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 등을 받고 구제를 요청하는 경우 이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기능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기관이다. 심사는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결과와 위원회 위원들의 공정한 판단에 따라 소청인의 청구가 받아 들여 지기도 하고 기각이 되기도 한다. 물론 현재 70% 이상이 기각돼 기각률이 훨씬 높은 편이다. 이러한 높은 기각률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은 소청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심사 결과가 나왔을 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용납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징계 사건이라 할지라도 징계처분의 원인이 된 비위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징계처분 이후 검찰 또는 법원에서 징계사유가 무혐의 판단을 받은 등으로 징계처분이 감경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그런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고, 징계 처분 또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본다. 이러한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무원,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런 부분에 더 관심을 두도록 하겠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것도 그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재관 소청심사위원장이 올해 활동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제공
이재관 소청심사위원장이 올해 활동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제공

최근 공무원의 성 비위, 갑질 등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크다.

-소청심사위가 공무원들이 받은 징계나 불이익 처분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우선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직자의 엄정한 기강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최근 공직사회 내에서도 성비위 문제, 상급자의 갑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엄정한 심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성 비위 사건의 경우 평균 2명 이상의 여성위원이 참여해 성인지 차원의 공정한 심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는 민간인 출신 비상임위원을 4명에서 7명으로 증원해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공무원의 중징계 소청사건의 의결정족수를 기존의 과반수에서 3분의 2로 강화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심사의 엄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직사회는 직장에서의 애로나 고충을 터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공무원의 고충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공무원들은 근무 중에 근무지 배치, 성과평가 등 인사고충부터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갑질, 부당지시, 성희롱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소청심사위는 공무원이 직면하게 되는 이러한 고충들을 해결하기 위해 익명으로 접수 가능한 '온라인 고충상담'을 통해 적절한 고충해소방안을 안내하고 있으며, 공무원이 소속된 기관에 해당 공무원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직접 요청할 수 있는 '중앙고충심사'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앙고충심사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들의 고충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한 성과도 있다.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연고지 근무를 희망한 워킹맘 공무원이 원하는 근무지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한 사례, 상급자의 욕설·폭언 등 지속적인 갑질로 인해 고통 받는 공무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에 대한 징계 조치와 기관 내부 인식개선 교육을 요구한 사례 등 소청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앞으로 위원회의 계획은.

-최근 몇 년간 소청과 고충 사건은 점차 다양화·복잡화되고 있으며 그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에서는 매년 평균 900여건 내외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는 청렴문화 정착과 공직기강 확립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비위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강화되고 있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불이익한 처분에 대한 공무원들의 권리구제 의식이 증대되고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소청심사위가 이러한 추세와 공직 내외의 다양한 요구를 적절히 충족하고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심사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위원회의 실무자부터 심사위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서로 학습하고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상시 학습체계를 갖추어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조직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소청 제도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다가가는 노력은 그 동안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 눈높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다면 국민에게 소청 제도를 알리고 교감하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소통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소청심사위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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