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향에 반해 꽃과 함께한 40명… '화예 명인' 꽃피우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아름다운 꽃을 소재로 생활 속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꽃꽂이다.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꽃꽂이를 시작한 뒤 40여 년 동안 꽃꽂이를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명인의 반열에 오른 화예작가가 있다.

홍석화 회장
홍석화 회장

충주에서 꽃꽂이의 체계를 세우는데 기여한 (사)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 홍석화(65) 석화플라워 중앙회장은 지역에서 '꽃꽂이 대모'로 통한다.

충주지역 여성을 대표하는 충주시여성단체협의회장까지 맡아 윤기있고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는 홍석화 회장을 만났다.

꽃꽂이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졸업식이나 결혼식날 그저 꽃집 주인이 성의 없이 묶어주는 꽃다발을 사들고 가 선물로 전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꽃꽂이를 예술로 받아들이는 지금은 집안 곳곳에 꽃꽂이 작품을 두고 감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말 그대로 꽃꽂이가 생활 속의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꽃꽂이는 여러 종류의 꽃을 적절히 조화시켜 각자의 꽃들이 갖고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이다.

홍석화 회장은 꽃꽂이라는 단어마저 생소했던 1970년대 말,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이숙빈 회장을 찾아가 직접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숙빈 회장은 당시 그 부문에서는 최고의 실력자이자 권위자였다.

열심히 노력해 꽃꽂이 지도자 자격증을 따낸 그는 충주에 '숙빈꽃꽂이 교습소'를 차려 꽃꽂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꽃꽂이 강좌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수강생들도 상당히 많았으며 그 때 배운 제자들 가운데 충주에서 화원을 운영하거나 꽃꽂이 강사를 하는 사람도 여러 명이다.

홍 회장은 본격적으로 꽃꽂이를 연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 이숙빈 회장에게 배울때는 동양 꽃꽂이로 시작했지만 웨스턴스타일에 색다른 매력을 느끼면서 적극적인 열정을 쏟았다.

88서울올림픽 때는 꽃차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도전하는 성격인 그는 적지않은 나이에 숙명여대 대학원 플라워디자인과정에 입문해 1년 동안 공부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1개월간 숙식하면서 공부했다.

이후에도 수시로 마카오와 일본 등을 오가며 국제적인 꽃꽂이의 트렌드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익힌 그는 2010년 롯데마트충주점 1층에 직접 플라워샵을 오픈했다.

꽃꽂이 전문가들이 꽃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여성문화회관에 '꽃집 창업반'을 개설해 직접 강의에 나섰으며 이 때문에 충주에는 지금도 그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꽃집이 많다.

현재는 제자 양성에만 몰두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플라워샵을 접고 꽃꽂이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과 충주 등에서 작품전시회와 초대전은 물론, 작품집도 여러차례 출판했다.

그는 최근에 40여 년동안 한우물을 판 그의 꽃꽂이 인생에서 최고의 결실을 거뒀다.

홍석화 회장의 꽃꽂이 작품 '부활'
홍석화 회장의 꽃꽂이 작품 '부활'

지난해 12월 충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예술총연합회로부터 '화예 명인'(花藝名人)으로 선정된 것이다.

화예 명인은 이론과 실기, 현장실사 등의 인증과정은 물론, 연구보고서 작성과 1, 2, 3차 심사까지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선정된다.

창작품을 제출하고 연구논문을 제출하는 등 준비과정에만 3년 정도가 걸렸다.

홍 회장은 "명인을 선정하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좋은 기술을 제자들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전승하라는 의미"라며 "앞으로 후학을 양성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사에 적극적인 성품인 그는 2019년 충주시여성단체협의회장으로 취임해 회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원들의 여론을 충주시의 여성정책에 최대한 반영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있다.

충주시여성단체협의회는 12개 단체에 95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은 협의회를 이끌면서 무엇보다 시대변화에 맞는 여성들의 역량강화와 화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넓은 인맥들을 활용해 퇴직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사회로 진출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홍 회장은 건국대 충주캠퍼스평생교육원 화훼장식 주임교수와 전문직여성(BPW) 한국연맹 충주클럽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충주시 민사정협의체 부위원장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시민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있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이같은 열정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이룬 여유있는 삶으로부터 나온다.

충주상업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남편 이명철(67) 씨는 평생 몸 담았던 교직을 퇴임한 후 충주시평생학습관에서 워드와 컴퓨터 강의를 맡아 천직인 교단에 다시 섰다.

1남 1녀 가운데 아들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재원으로 한경대학교 전자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성악과 영어를 복수 전공한 딸은 충주시성악연구회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다 현재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싱가폴에서 살고있다.

이처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일과 가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노력한 홍 회장은 물론, 묵묵히 지원해 준 남편의 외조도 큰 역할을 했다.

홍석화 회장
홍석화 회장

홍석화 회장은 "평생 아름다운 꽃들을 벗삼아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내 인생마저도 꽃을 닮아가고 있다는 행복을 느낀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꽃꽂이 기술을 전수해 꽃처럼 아름답고 윤기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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