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王用三驅 失前禽 邑人不誡 吉(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 주역의 수지비(水地比)는 "왕이 세 방향으로 몰아 앞으로 뛰어가는 짐승을 놓아주며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으니, 길하다"고 하며, "왕이 세 방향만을 에워싸되 앞으로 한 길을 터놓아 생명을 살려 주는 것을 인(仁)"이라고 한다.

정부는 최근 양도세 유예도, 무주택자의 LTV 완화도 없다고 발표하더니 다주택자가 증여를 하면 현미경 분석을 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이상하다. 정책은 주역의 말처럼 세 방향으로 몰아가야 하는데 정부는 완전한 포위를 목표로 한다. 주역에서 한 방향을 터주는 것이 인(仁)이라고 함은 무슨 이유인가? 동서남북을 네 방향을 포위하면 많이 잡는 것이 아닌 저항에 부딪쳐 다치거나 포위선이 무너져 아무런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대가 적(敵)이 아니고 국민이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포위선이 무너지는 정황은 사방에서 들린다. 조정 지역이 다시 급등하고, 매매에 대응한 증여가 늘고, 법인이 내놓은 물량을 영끌로 매수를 하고, 경기 일대가 상승한다. 포위선이 왜 무너지는가? 네 방향을 모두 막은들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 핀셋 규제는 돈의 집중화를, 세율 강화는 똘똘한 아파트로 양극화를, 금융 제한은 젊은이가 영혼까지 끌어 모으도록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완전한 실패는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왕에 포위를 했으니 끝을 보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국토교통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완화를 하겠다고 하며 정부가 수익을 갖는 공공재개발을 외친다. 이미 부동산 주된 정책은 공급으로 선회랄 것이라 선포했다. 그러나 여기도 함정이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말했듯 "공급에는 4년이 걸린다" 10리 밖 우물로 불을 끌 수 없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전 국민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성문을 닫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도 핀셋 규제 등 기존의 실패한 정책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정책의 허술함보다 고집이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왜 그럴까? 성(城)을 포위하고 3년 공성전을 치렀으나 성은 굳세게 버티는데 장수는 왜 포위를 풀지 못할까? 장수는 회군(回軍) 한 후 자신에 대한 책문을 걱정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것이다.

해괴하게도 실패한 장군이 책문의 두려움을 넘어 승전보를 날리고 싶어 하는 게 현 정부의 모습이다. 장관이,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이 1주택자가 된다고 부동산 안정화에는 영향이 없음에도 1주택을 강요한다. 책임은 다주택자와 공인중개사에게 돌리고, 정책은 과도기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선의(善意) 주장을 하고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수준을 넘어 꺼진 정책도 선거에 효과적으로 써먹겠다는 놀라운 발상! 가히 백척간두 진일보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오창 개발호재로 인해 청주 아파트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얼마 전 청주와 양주는 다 같이 조정 지역 해제를 기대한 곳이다. 양주를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 정성호 국회의원의 핀셋 규제에 대한 거친 항의에 힘입어 양주는 일부 해제되었는데 청주는 여전히 조정 지역이다. 청주를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을 포위하여 거래를 중단시키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안정화인지 의문이 드는 때에 주역의 세 방향으로 몰아야 길하다는 의미의 무게가 새삼 느껴진다. 반대로 국민을 네 방향으로 포위하면 흉하다는 말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가 부동산 정책을 농락하면 '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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