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공자가 주공의 사당인 대묘(大廟)서 절차를 물으니 관계자가 "당신이 예(禮)를 잘 안다면 매사를 이렇게 물을 필요가 없소. 어찌 당신 같은 촌놈이 예를 안다고 말하는가!" 면박을 준다. 그러자 공자가 말한다 "是禮也, 그렇게 하는 것이 예다." 즉 대묘에 왔으면 관계자에게 물어 행해야 한다고 한다. 공자다운 말이다. 현대의 적법절차의 원리를 과거에는 '예(禮)'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정책에 대해 수사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무원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비판하자, 최재형 감사원장은 "공무원의 행정행위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투명하게 해야 된다. 감사한 내용은 정책 목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수행 과정이 적법절차를 지켰는지 본 것"이라고 답변한다. 즉 그렇게 하는 것이 법이라고 한다.

궁금해서 문 대통령 공약을 찾아보았다. 소득주도성장은 이제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이 공약은 노동자의 최저 임금 보장처럼 자영업자도 최저소득 보장을 전제했어야 하지만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실행하더니 코로나와 겹쳐 자영업자는 초죽음 상태이다. 주택 공약 첫 번째가 '공적 임대주택만 매년 17만 호(5년 동안 85만 호) 공급'이다. 이미 공적 임대주택만 68만 호를 지었어야 하지만 임기는 2022년에 끝나는 정권이 이제 와서 2025년까지 80만 호의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한다.

일자리가 성장이고 복지라더니 취업 기회도 없는데 공무원은 늘린다고 발표를 한다. 이제 노동자의 임금은 올리고, 자영업은 재난지원금을 주고, 공무원은 늘리고 이 모든 걸 세금이란 화수분을 통해 걷게 될 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안 지킨 공약도 수두룩하다. 특히 지방자치를 위한 헌법 개헌은 일언반구 말도 없으면서 원전만큼은 공약 사항이니 절차 불문하고 이행 하겠다 한다. 참 이해 가지 않는 공약 이행 의지이다.

4대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적폐라고 하면서 4대강 보를 해체했다. 그러니 원전 폐기도 정권이 바뀌면 신적폐가 될 수 있고 오히려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더욱이 부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면 다시 복귀의 길을 걸을 게 뻔하고 이렇게 짓는데 세금, 폐기에 세금을 쓰니 '세금주도성장'을 이루게 생겼다.

최근 민주당 이재명 도지사의 국민기본소득을 비판하는 같은 당 국회의원들은 왜 소득주도성장을 비난하지 않았을까? 재정을 그리 걱정하는 그들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쓸 때는 왜 침묵했을까? 소득주도성장의 부담은 국가가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정책임에 반해 국민기본소득 재원은 전 국민이 함께 세금으로 감당하니 오히려 말이야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왜 이럴까? 선거 보상으로, 선거 준비용으로 때에 따라 사안별로 포퓰리즘의 칼과 함께 논쟁의 방패를 들고 나와 원칙 없이 휘둘렀다, 막았다 하니 정책은 누더기가 되고 있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공자가 관계자에게 꼬치꼬치 절차를 묻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자가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예(禮)라서 한 것이다. 그런데 재정은 물론 현실 효과에 문외한인 정치인이 오히려 전문가에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소리치면서 절차 불문하고 칼을 휘두르겠다고 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말한다. "爲國以禮 , 나라는 예로 다스려야 한다" 이 말을 들은 정치인은 무엇이라 답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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