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글방 집(書堂)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천자문을 뗀 초동(樵童)이 도회지에 사는 손이 없는 글방 선생님 친구의 수양아들로 들어가 뒤늦게 학교를 다니게 됐다.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할 때는 우등상을 받았다. 5년제 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서울로 유학해 연희전문을 나와서 의사가 됐다. 글재주가 있으니 싹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한 훈장님과 그 친구 분의 공통사고에서 비롯된 보통의 영재성을 계발한 것이다.

남의 집 머슴살이로 평생을 살아온 이의 딸이 국민학교를 졸업하자 집을 뛰쳐나가 대처의 봉제공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재봉기술을 익혔다. 알뜰하게 돈도 모았다. 기술을 쌓아 숙련공이 되어 자격증도 땄다. 여러 친구들과 같이 돈을 보태서 작은 공장을 헐값으로 인수했다. 유행보다 한 발 앞선 제품을 개발하니 날개가 돋쳤다. 글로벌 감각까지 더하니 수출 길도 오르내린다. 국졸 학력의 봉제기능공이 스스로 계발한 천재성의 뒷담화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 재주는 꼭 가지고 태어난다는데, 그 재주는 위기에 처했을 때 잘 나타난다고 한다. 초인적인 힘과 예리한 통찰력, 도전과 용기, 머리의 재능과 영감, 손발의 솜씨와 재주, 목청의 소리와 기교, 보고 듣고 말하고 맛보고 느끼는 선천적 분별력들이 다 그 재주의 발동이란다. 어릴 적 뒤듬바리가 커서는 하늘을 날고, 뒹굴기만 하던 굼벵이도 허물 몇 번 벗으니 하늘 나는 매미 되지 않던가!

어릴 때에 부모나 주변사람들의 경험과 객관적 통계자료에 터하여 일찍이 소질과 적성 찾아 외길로 발달시켜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모두 이런 피와 땀으로 한 우물을 깊고 깊게 판 결과였으리라.

외적인 것은 모두 그 역량을 신장시켜주는 견인차일 뿐이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그 영재성을 콕 찍어내지 못하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모르고 지나온 영재성은 뒤늦게 아주 우연히 나타나기도 하여 후천의 뼈를 깎는 절차탁마로 영광의 빛을 보는 일도 적지 않다. 늦깎이가 그렇다.

이렇게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하거나 학문과 기예 등에 통달해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한 수준까지 오르면 천재와 영재, 수재와 준재, 귀재와 달인, 명수와 선수, 명장과 명인 등으로 갈채와 존경을 받는다.

이런 영재성의 개발은 발달단계에 맞추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개인차와 환경조건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영재성이 노출되면 바로 조기촉성심화교육을 통해 그 분야의 일인자(選手) 만들기 경쟁에 도전하니 모두가 고난의 역정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이런 과정에 지친 일부 영재들은 일정목표에 도달하면 조기 퇴장하여 또 다른 무대를 찾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많은 신동들의 후속편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비교육적인 영향(?)의 고려인가?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침인가? 평생의 업으로 끌고 가는 이들이 많지 않은 까닭의 답인가?

교육이 시의를 따름도 좋지만,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일의 저해요인이 된다면 과감한 결단도 필요할 것이다. 포퓰리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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