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경기 논쟁이 한창이다. 쟁점은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간의 판단 차이에서 기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발표 자료를 통해 현 단계에서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기 어려우나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둘러싸고 대표 학자들 간 논쟁이 벌어졌다. 오바마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대규모 재정부양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 보인다고 되받아쳤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부양책은 보통과 확연히 다르고, 경기과열 가능성도 있지만 불황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시장 수요 확대에 부응하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 고취를 강조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新) 제품·서비스를 창출하는 혁신기업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최고경영자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이다. 미국에서는 거액의 '기부왕'이 심심찮게 등장했지만, 한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이들에게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자수성가로 축적한 부(富)를 자연스레 사회에 환원하는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재산 절반' 기부금액은 각각 최소 5조 원, 5천5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나이가 한창 일할 40~50대 젊은 기업인들이라는 점이 남다르다. 과거 재벌들이 가지고 있었던 행태와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더욱 이목을 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목적의식과 시대정신이 뚜렷하다. '여러 참여자를 연결해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 사업의 성과는 기업가나 주주뿐 아니라 참여자,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누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는 이재웅 쏘카 이사회 의장의 발언은 이를 웅변한다. 플랫폼 경제에 편입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유념해야 할 교훈이다.

한편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성공의 롤모델을 보여주는 긍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IT 분야의 젊은 부자 중에는 명문대학 졸업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호기심으로 무장해 숱한 난관을 극복한 도전정신의 산증인들이다. 무엇보다 이용자 편에 서서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실천가들이다. 청소년들에게 미래 좌표의 폭을 넓혀줬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교육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에도 혁신 벤처·창업기업은 고용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벤처기업은 약 5.3만 명, 벤처투자 받은 기업은 약 1.3만 명 고용이 증가했다. 이 중 35% 이상은 만 30세 미만 청년이었고 43% 이상은 여성이었다. 청년과 여성 취업의 관문인 셈이다. 충북은 벤처투자 규모가 17개 시도 중에서 8위(1.3%)인데 비해, 2019년 대비 2020년 고용증가 순위는 6위(2.0%)로 상대적으로 고용창출력이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충북은 '사회적 책임'과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솔선수범하는 창업가가 양성되도록 건강한 창업문화 진흥책을 준비해야 한다. 벤처·창업기업을 선호하는 젊은 인재들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고 여성의 경제 참여를 확대하여 경제 회복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 '300년을 이어갈 기업'을 만들겠다는 당찬 창업가들이 후배 기업가를 육성하는 선순환의 창업생태계 조성은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인구감소를 막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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