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노(魯)나라의 대부 계강자가 공자에게 묻는다. 도둑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그러자 공자가 답한다. "苟子之不欲 雖賞之 不竊, 진실로 당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상을 주고 도둑질을 시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공자다운 간결함이다.

최근 LH 직원들의 투기와 관련하여 많은 말이 오고 간다. 먼저 조상 탓이 나왔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에 부정부패 탓이라고 한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이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검찰 탓을 하더니.

"망국적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이재명 지사가 말한다. 그런데 이 지사가 주장해온 국민기본소득은 일하지 않아(不勞)도 기본소득을 세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즉 이 지사는 자기 말이 불로소득의 일반화를 말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이렇듯 깊은 반성과 고뇌 없는 말을 선거를 위해 쏟아 낸다.

가장 가관은 "부동산 적폐청산이 임기 내 핵심과제이며, 2·4 공급대책을 뒷받침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2·4 공급대책은 LH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변창흠 LH 전 사장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앉힌 것이다. 그런데 LH의 오른손(토지)은 적폐이고 왼손(주택)은 공정할 것이라 믿는 것인가?

공공주택 일반화는 세금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갑자기 LH 조직을 해체하겠다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며 이 모든 일은 국가의 미래를 보고 체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투자 위치를 알려 주며 투기를 일반화한 핀셋 규제 정책을 4년 내내 실행한 현 정부가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 증세 부담에 답은 안 하고 공공주택의 일반화와 국민기본소득을 외치면서 상대를 적폐로 모는 것이야 말로 문제다.

정부가 3족을 멸할 듯 폐가망신·발본색원의 거친 언사를 쏟아 내니 자살을 한 사람도 생겼다. 대책이든, 수사든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근본 대책을 수립할 수 있고 생명도 존중받는다는 것이 민주 사회의 경험칙임에도 말을 투기(鬪技)하듯 쏟아 내더니 결론은 사람을 특정하여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사람(人)을 특정하고 전수조사(조사대상 전체를 조사하는 방식)라는 말을 붙이는 게 모순이다. 전수조사를 하려면 물(物, 땅과 보상금)에서 출발해서 조사 과정 중 어느 사람(人)이든 정당한 대가를 치르면 될 일이다. 왜 구멍 난 정책을 모순된 말로 포장하는 현상이 나올까?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고자 하는 정치인의 야바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표는 권력이다. 표를 잡기 위한 행위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이다. 조상과 남 탓을 하고, 거친 언사는 물론 현실을 모르는 주장을 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해 욕심을 내는 현상이다. 더욱이 보궐선거를 위해 부산에는 가덕도 신공항을 던져주고, 민주당의 후보추천 금지 당헌도 당규가 아닌 여론조사로 폐지해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고 하니 욕심이 과하다고 해야 한다. 이렇게 작은 도둑은 형벌을 받아도 큰 도둑은 권세를 누리는 것은 춘추시대에도 있었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춘추시대 백성의 도둑질을 걱정하는 계강자에게 '너나 잘하라'는 공자의 말은 언뜻 보면 너무 심하게도 들린다. 그러나 노나라의 권력 쟁취를 위한 큰 도독질을 해서 권세를 누리는 대부 계강자가 백성의 작은 도둑질을 탓하는 것에 대한 공자의 일침이었다. 공자는 오늘도 말한다. "정치인이여 너부터 잘해! 네가 제일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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