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들은 집권 후반기에 겪는 레임덕 현상이자 선거 전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패배 원인으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민심 악화, LH 사태, 여론을 무시한 독선과 오만 정책 등을 꼽았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자인 2030세대를 비롯해 전 세대, 전 지역구, 모든 성별에서 패배해 내년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빨간불이 켜지자 지도부가 총 사퇴하고 당 쇄신을 위한 비상 대책위를 구성했다. 당 내부에서는 "애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며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으로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2030 청년의원들은 선거 이틀 뒤인 9일 공동 성명을 통해 선거 참패 원인으로 무공천 번복, 추미애 윤석열 갈등, 조국 수호, 내로남불 등을 거론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들은 특히 "재보선을 치른 원인이 우리 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인데도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집권 4년 만에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해 정국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 유명 개그맨의 장수 비결이 보도돼 눈길을 끈다.

국민 개그맨인 이경규는 지난 1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데뷔 이후 40년 동안 정상을 지키며 별다른 구설수나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던 비결은 '나대지 말자'는 평소 소신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한 주, 한 주 메꾸는 인생을 살았으며, 섣불리 세상에 대해 글을 올린다는 생각이나 시각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경규의 '나대지 말자'라는 평범한 소신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이 속담은 '너무 뛰어난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면 대인 관계가 원만할 수 없다', '행동에 모가 나면 미움을 받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오늘의 민주당 상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다'가 얻은 결과물이다. 민주당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3년 간 정말 승승장구했다. 불과 1년 전인 2020년 4·15 총선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성공 등에 힘입어 압승했다. 전체 국회의원 300석 중 지역구 163석에 비례대표 17석 등 과반을 휠씬 넘는 180석을 확보했다. 다른 당들은 미래통합당 84석,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에 그쳤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전체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민주당의 인기는 1년 만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정치인도 개그맨 이경규처럼 장수하려면 '나대지 말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살아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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