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택견의 고장은 서울 종로의 사직동, 마포의 애오개, 성동구의 왕십리, 그리고종로구 을지로와 중구 일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충북 충주가 택견의 고장으로 불리고 있다. 서울과 충주이외의 지역 택견인들은 서울을 큰집 택견, 충주를 작은 집 택견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충주가 택견의 고장이 된 데에는 고 신한승선생의 역할이 컸다.

신한승의 호는 송암(松菴)이다. 그는 현암(玄庵) 송덕기옹과 구리개 택견의 명인인 김홍식옹에게 배웠다고 하고, 함께 집에서 살던 택견꾼들에게 한 두수 배웠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 충주에 거주하던 송암은 특별한 택견연구에 매진했다. 그의 노력으로 택견이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가 되었고, 태권도의 대중화에 밀려 자칫 묻힐 뻔한 택견을 부활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1987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자들을 중심으로 충주의 택견은 그 명맥으로 유지했다.

1990년대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현암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결련택견이 부활했고, 택견의 경기화를 이끈 체육회 대한택견협회(현 대한택견회)의 활동도 눈부시게 이어졌다. 서울택견, 경기(스포츠)택견, 그리고 무형유산 충주택견의 세 양상은 택견의 갈등이 아니라, 택견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택견의 명맥을 지켜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충주 택견은 세계 최초로 무예영역에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택견계에 큰 숙제가 생겼다. 2018년 충주에서 개최된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택견종목 채택에 대해 단체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택견의 고장인 충주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에 충주택견도 포함되고, 택견이 통합해 충주에 본부를 두어야 한다는 충주시의 요구도 있었다. 이 시기가 대한택견회가 관리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기에 단체간 갈등은 쉽게 해소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대한택견회는 정상화가 되었고, 올해 택견은 전국체전 시범종목에서 정식종목으로 승격했다.

그렇다면 이제 충주택견은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 없을까? 현재 충북택견회가 충북체육회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충북택견회가 설립되면 대한체육회 산하인 대한택견회에 설립인가를 받아야 정식 시도협회로서의 자격이 부여된다. 따라서 충주택견이 아니라 대한택견회의 경기택견이 충북택견회로 설립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충주택견은 갈 곳이 없는가?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택견이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대한택견회가 해 왔던 것이고, 충주는 문화재 택견으로서 국가이수자교육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서 택견을 보존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해 왔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택견의 통합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통합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칫 귀속된다거나 종속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또다시 분열과 유사단체가 난무해질 수 있다. 택견의 진정한 통합은 연대(連帶)다. 택견의 가치실현을 위해 여러 단체가 함께 해야 한다. 어느 단체가 우월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택견단체들끼리 서로 타협을 유도하고 단결을 통해 힘을 만들어야 할 때다. 어느 특정 권력과 정치적인 힘에 의해 택견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 과거 한국의 스포츠정책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육성할 때, 송암이 충주에 머물며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택견정립에 헌신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택견인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택견연대'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