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제 장공이 신하 최저의 처와 간통을 하다 죽임을 당했다. 신하들이 두려워 조문도 하지 못하는데 안영이 곡(哭)을 하겠다고 하자 어떤 이가 묻는다. "그대는 장공을 따라 죽을 생각인가?" 안영이 말한다. "군주가 사직을 위해 죽었으면 신하는 따라 죽어야 한다. 그러나 군주가 개인 사정으로 죽었다면 따라 죽을 수는 없다." 역시 사마천이 안영의 마부라도 되겠다는 극찬이 이해가 된다.

민주당이 보궐선거 참패 원인에 대해 말들이 많다. 김해영 의원은 조국이 참패의 원인이라 하고, 초선 의원들도 반성을 말하자 '초선 5적'은 떠나라는 문자 폭탄이 쏟아진다. 정청래 의원은 LH 사태 때문이라고 하며, 친문 논객 김어준은 "소신파, 이분들 말대로 하면 대체로 망한다"고 한다.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 LH인가, 조국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조국도 LH도 둘 다 아니다. 민주당이 문제다. 먼저 공사(公私)를 구별 못했다. 조국의 초점은 삶(私)에 있었으나 검찰 개혁(公)의 문제로 바꾼 민주당은 공당(共黨)으로서 공사를 구별치 못한다는 불안감을 주었다. 또한 LH 투기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더니 상대 후보의 공격으로 불길을 잡는 것을 보면서 이 정부가 부동산에 관한 근본적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국민에게 생겼다. 아울러 싸움은 참 잘하는구나 하는 감탄을 이끌어 냈으니 중도표가 떠나게 된 것이다. 역시 추미애 전 장관도 공사를 구별 못하면서 싸움만 하는 게 문제였다.

그럼 민주당은 원인을 알고 고칠 것인가? 그동안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을 말하는 속칭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에 의지해 왔다. 이 지지층은 좌도 우도 아니며,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진보를 빙자한 문 대통령의 팬들이고, 이들에게 문 대통령이 민주당이며 진보이다. 공사(公私)가 섞이어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영을 보라. 군주가 개인 사정으로 죽었다면 따라 죽을 수 없다면서 홀로 가서 곡을 한다. 공사(公私)를 구별하면서 예를 갖춤이 안영의 10분의 1만 되었다면 참패는 없었을 것이다.

재상 안영을 한 번 더 오늘로 소환하자. 제 경공이 사냥에서 돌아오는데 대부 양구거가 마중 나와 환호하자 경공은 양구거만이 나와 마음이 맞는다고 한다. 그러자 안영은 양구거는 비위를 맞추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경공의 속을 뒤집는다. 경공은 "그럼 마음을 맞추는 화(和)와 비위를 맞추는 동(同)은 어떻게 다르냐"고 화를 내자 안영은 "화(和)는 국을 하는데 양념으로 맛을 내는 것과 같아 국을 먹으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러나 동(同)은 군주가 맞다 하면 신하도 맞다 하고 틀리다 하면 틀리다 하니 맹물로 맹물의 간을 맞추는 것입니다."고 답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과거 문 대통령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이 경쟁을 흥미롭게 해 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맞다 하면 지지층도 맞다 하고, 지지층이 틀리다 하면 민주당도 틀리다고 한다. 양념이 아니라 맹물인 것이다. 그렇게 민주당은 다양성을 잃었다. 이게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이유이며 다가올 참패의 이유이기도 하다. 안영이 말한다. "금슬로 어느 하나의 소리만 내면 누가 이를 듣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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