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종편에서 방송되었던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을 한 때 즐겨본 적이 있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그 방송 제작진이 만든 '사피엔스'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잊었던 기억이지만 당시 유익하고 삶의 교훈이 된다고 생각했던 유명 강사와 교수들의 강연을 다시 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런 방송의 힘인지 모르지만 인문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문학은 한동안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비인기 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분석적인 시각을 갖추게 하고, 인간의 본성, 언어 등을 탐구해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좋은 학문이 인문학이라 생각한다.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술자리가 잦았던 신입생일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경영학개론'에서 욕구단계이론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이론을 발표한 학자가 인문학의 대표적인 학문인 심리학의 대가였다. 매슬로우 '욕구 단계이론'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여러 가지 모순과 비판이 제기되는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인사담당자들이 활용하는 회사의 다양한 복지정책은 아마도 이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직을 유기체(organism)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어느 한 가지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상황에 맞춰 해석해야하기 때문인 것 같다. 조직이 유기체라면 심리학의 연구결과가 조직이라는 하나의 객체에 대해서도 적용가능하지 않을까.

기업진흥원은 2015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충청북도와 함께 '글로벌 강소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용어가 멋지다.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작지만 힘있는 기업이라니. 아마도 지정받은 기업들도 이런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초기에는 3개 기업을 선정하고 지원하던 것을 차츰 예산을 늘려 올해는 10개 기업을 지정하려고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광역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지역의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지정한다. 매출이 100억과 1천억 사이에 있는 수출가능한 기업들이 대상인데, 지정된 기업은 4년동안 2억원을 지원받는다. 수출을 통한 판로개척, 연구개발 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치단체의 자율프로그램도 매년 3천만원 범위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업을 선발하고 단순히 지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성장사다리를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다. 4년간의 집중지원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글로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지원한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지역의 스타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고, 더욱 성장하여 '월드클래스 300'기업이 되어 우리나라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국의 지정현황을 보면 지난해까지 모두 1천443개사가 지정되었다. 지난해 신규 지정된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55억원이며 평균 직수출액은 791만불로 매출액 대비 직수출 비중이 36%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며, 이 중 53%(105개사)를 비수도권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 충북의 글로벌 강소기업은 지금까지 모두 61개 기업이다. 그중 월드클래스 300으로 성장한 기업은 3개 기업이다. 4년 지원을 졸업한 기업이 지정되었으니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유효기간에 있는 기업은 31개 기업이다. 매출액 합계는 1조 2천 3백억원이고 평균매출은 397억원이다. 전국평균 매출액보다 142억 정도 더 많은 매출액을 보이고 있다.코넥스 상장기업이 2개 기업이다.

이런 숫자들이 말해준다. 충분히 성장 가능한 묘목이라는 것을. 중소기업의 분류기준에서는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매출액 1천500억원을 넘어서야 중견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기업이 사람과 같은 유기체라는 시각에서 충북의 글로벌 강소기업들이 조금 더 욕심을 내주었으면 한다. 충북도민들이 그들 기업에 거는 기대에 부응해 주었으면 한다. 매슬로우가 상위욕구라고 얘기한 인정욕구나 자아실현 욕구를 가져줬으면 한다. 이 정도면 됐지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4년간 받는 금전적 지원이 밑거름이 되어 커다란 나무로 커가길 희망한다.

곧 2021년도 충북 글로벌 강소기업을 발표하게 된다. 새롭게 지정받는 기업과 2018년 이후 지정된 기업 모두 세심하게 살펴야겠다.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쑥쑥 커갈 수 있도록 잘 돌봐야겠다. 언젠가 성장한 나무들이 충북경제를 지탱하는 튼튼한 거목이 된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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