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단양지역 상인들이 초비상이다. 유통계의 포식자인 대형식자재마트가 제천에 이어 단양지역까지 개점 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강원도 원주지역 유통자본이 단양군 단양읍 별곡리(500여평)에 식자재마트를 개설한다고 한다.

식자재마트의 유통업계 점령은 비단 단양지역 뿐만은 아닐 게다. 하지만 인구 3만도 안되는 작은 소도시, 재래시장이 주를 이루는 이 곳까지 식자재마트가 위협하자 지역상인들은 좌불안석이다.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면 "코로나 위기보다 더 큰 난국에 빠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인들. 이들은 급기야 '상권 붕괴가 자치단체 존립까지 좌우할 수 있어 입점을 막아달라'며 단양군에 진성서까지 제출했다.

과연 이 작은 도시에서 대형 식자재마트가 운영될 만큼 수익이 날지 의문이 든다. 그 수익금의 대상자는 누구일까? 이에따라 시골 상권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계산도 나온다.

단양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대표관광지다. 고향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으로 전국각지에서 단양 재래시장을 찾는다. 다시 말해 재래시장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먹거리다. 최근 단양지역 재래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마늘만두, 마늘통닭, 흑 마늘빵, 마늘순대, 수제 크로켓 등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즐겨찾는 인기 품목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인들 모두가 관광객 유입 등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까지 단양지역 재래시장은 건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녹록치가 않다. 재래시장의 단점은 물건을 사기 위해 일일이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에 있다. 이에 반해 식자재마트는 한 곳에서 모든 제품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이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식자재마트 입점을 반기는 주민들 또한 상당하다. "시골에 산다고 해서 마냥 타지역에 있는 대형 마트를 찾는 것도 이젠 지겹다"는 의견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온다. 결국 재래시장은 서서히 자멸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식자재마트의 경우 대형마트가 적용받는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 24시간 영업금지,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입점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대형마트 수준에 이르는 식자재마트는 관련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관련기관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수십년 전 일이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단양재래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어묵과 만두를 맛있게 먹었던 옛 추억들이 생각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 그랬던 곳이 대형 할인점의 공세에 못 이겨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더 나아가 단양을 찾는 관광객들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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