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공직자 부동산투기 의혹이 결국 '요란한 빈수레'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앞으로 범위를 넓히는 등 조사가 진행중이고 단계가 더 높아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기대난망이다. 전수조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기관·지자체별 자체단속이 실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면죄부만 준 꼴이 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직원을 입건한 충북개발공사의 경우 며칠전 충북도가 조사결과 "의심행위자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심사례도 거르지 못했지만 조사 착수 당시에는 요란하기가 그지 없었다.

이같은 상황이 충북만의 일이라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충남과 세종 등지도 차이가 없다. 그나마 세종에서 굵직한 사례 소식이 들려왔지만 전수조사와 무관한데다가 그 이후 잠잠해졌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3월초 비리가 불거지면서 뜨거웠던 여론은 4·7 재보궐선거 이후 급격히 식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으로서야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길 원할 수 밖에 없고 야당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건수 없이는 분위기 전환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 곳곳에서 펼쳐지는 경찰 수사가 이를 이끌기에는 힘에 부친다. 이달초 대전과 세종에서 경찰이 청구한 영장이 '구속사유가 없다'며 잇따라 기각되면서 엄벌과는 거리가 생겼다. 어느 정도 혐의가 드러난 경우도 이런데 혐의입증이 쉽지 않은 의심사례라도 끝까지 파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그나마 지역별로 한두건에 불과하다. 실제 비리가 이 정도라면 박수칠 일이지만 겉핥기의 결과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차명이 빠지고 가족들에 대한 조사도 한정돼 있기에 어쩔수 없이 부딪힌 한계다.

우리사회의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년 집권중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을 만큼 심각하다. 널뛰는 가격의 밑바닥에 공직자의 투기의혹이 깔려 있음은 이미 확인됐다. 그럼에도 처벌은커녕 사실 확인도 못한다면 개선은 불가능하다. 세세한 것까지는 아니어도 법망(法網)이 비리를 걸러내고, 솜방망이라도 사회적 응징이 가해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마저 안 이뤄지면 우리사회 법치(法治)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권이나 임기를 넘어 국기(國紀)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까닭이다.

요란한 수레가 조용하고 묵직하게 움직이려면 수레가 차야 한다. 수레를 잠깐의 여론용이 아닌 오래도록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형식적이지 않은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시행해야 한다. 행정기관에서는 현장확인이 가능한 것들을,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숨겨진 것들을 찾아야 한다. 범위와 규모로 겉치장하는 것은 이번으로 족하다. 긴 호흡으로 전문적으로 파고들 기관도 검토할 만하다. 이에 앞서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겠다는 사회적 결의를 다잡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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