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을 아는 아이들은 커서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김신회 서원중학교 교장 /김명년
김신회 서원중학교 교장 /김명년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안녕, 어서와.", "안녕하세요."

충북 청주 서원중학교 등굣길에서 매일 아침 들리는 인삿말이다. 서원중 학생들은 등교하면서 가장 먼저 교장을 만난다.

김신회(58) 서원중 교장은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학생들의 등굣길을 맞이한다.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했어요.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 교장인줄도 몰랐죠.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아이들이 인사를 잘 받아줍니다. 여전히 쑥스럽게 고개만 끄덕이는 아이들도 있지만요."

김 교장의 등굣길 인사는 2017년 보은 보덕중학교 근무 때부터다. 인사가 아니라 서로 손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어색해했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이 지나자 아이들이 먼저와서 손박닥을 쳤다. 학생들의 표정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이파이브 인사가 익숙해지면서는 "너는 꿈이 뭐니"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김신회 서원중학교 교장 /김명년
김신회 서원중학교 교장 /김명년

"아이들이 하이파이브 통해 마음을 열면서 꿈을 얘기해주더라고요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꿈이 생겼어요'라고 쓴 종이를 슬그머니 손에 쥐어주는 학생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꿈이 생겼다고하니 기뻤어요."

그렇게 꼬박 2년 6개월을 했다. 보덕중에서 성공한 등굣길 인사는 서원중에서도 이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원중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다. 다만 접촉을 피하기 위해 하이파이브를 뺀 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500번 이상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의 변화는 금방 찾아왔다.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교장실로 찾아와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등굣길 인사를 통해 학생들의 컨디션을 살피는 건 덤이다.

"잠을 못잤는지 눈을 감고 오는 아이, 눈가에 걱정이 있는 아이, 다리를 저는 아이 등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아이들은 담임에게 상담을 권하기도 합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고마움'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고마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서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최고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1등보다는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다.

교사들에게는 '세밀함'을 강조한다.

"사소한 부분을 갖고 학생의 장점, 단점을 찾아내 바른 길로 인도하는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식은 넘쳐납니다. 지식보다는 인성을 갖춘 학생으로 키우자는 것입니다. 고마워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학생으로 키우자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김 교장은 자신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랑한다.

"서원중 학생들은 제가 교장인 것을 다압니다. 이게 정말 행복해요. 항상 아이들과 같이 생활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오면 우산 쓰고, 추우면 옷 두껍게 입고 나가 아이들의 등굣길을 인사로 맞이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장실을 나서자마자 학생이 반갑게 김 교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동시에 불쑥 김 교장을 향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날린다.

"하하하." 함박웃음을 진 김 교장의 표정에서 행복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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