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생존 위기를 맞고 있는 지방대학들의 처지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남부지역 몇몇 대학의 일이었던 신입생 미달 사태가 올 대입에서는 지방대 전체로 확산됐다. 앞으로의 사정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전국교수노조 등이 전국을 돌며 정부 대책마련을 촉구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하지만 비수도권 전체가 같은 상황인데도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in) 서울'에 목을 매는 학생들에 이어 정부마저 백척간두에 서 있는 지방대를 외면하는 셈이다.

당장 입학자원에 비해 넘쳐나는 대학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수도권 대학은 거꾸로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을 통해 대학정원을 늘리려는 것이다. 이미 과도한 수도권의 집중요인을 덜어내야 할 판에 이를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분야 산업인력 육성전략을 보면 이같은 우려가 괜한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관련학과 정원 1천500여명 증원 등 앞으로 10년간 3만6천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혜택이 대부분 수도권 몫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대의 위기는 신입생 숫자만 봐도 확연해진다. 충북만 따져도 2011년 3만2천600명이 넘었으나 지난해 2만7천500여명으로 5천명 이상이 줄었다. 감소율이 10년새 16%에 달하는데다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미래는 더 암담하다. 이처럼 신입생 감소에 재적생도 따라 줄다보니 대학의 재정상태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더해 학생들의 등록금은 제자리이거나 줄어드는 판이니 대학문이 닫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는 젊은층 유출 가속화와 교육·연구기능 약화 등 지역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지방대학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지방 국립대학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 형편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국가재정 투입 규모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충청권의 경우 지금도 수도권 대학의 70%에 불과하고 그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판이다. 지방 사립대가 바람 앞의 등불이라면 지방 국립대는 사그라드는 화롯불 신세다. 이런데도 정부는 지방대학은 외면한 채 수도권 대학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예외조항으로 증원을 허용하고 산업인력 육성을 내세워 이를 실행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이다. 계약학과라는 이름으로 취업이 보장된 학과라면 이미 명문대 반열에 오른 학교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방향에 맞춰 새 틀을 만들고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더 유리하다. 생존대책이 요구되는 지방대학이 우선 논의돼야 할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는 대학별 정원을 축소·조정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에도 마찬가지의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고사하고 지역 생존을 막는 정책으로는 결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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