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수화상병 감염 사과나무 / 진천군 제공

우려했던 과수화상병의 기세가 최근 심상치않다. 지난달 19일 올해 첫 충북도내 발생이 확인된 뒤 한동안 잠잠했으나 이달들어 점차 피해 상황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충주와 제천 등 그동안 주로 발생했던 지역 외에 진천과 괴산 등에서도 의심신고가 이어진다. 확산 염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예찰활동을 통한 발생 확인으로 선제조치를 펼쳐왔지만 어느덧 발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가 도래했다. 더구나 유난스러웠던 올 봄 날씨로 인해 예년보다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지난주까지 충북도내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과수농가만 18곳이다. 의심신고는 무려 60여건에 이르지만 충주를 제외하면 아직 양성률이 높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의심신고 사례가 많은 것은 농가의 적극적인 예찰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과수상태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같은 상황은 급속한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 더위와 뒤늦은 저온현상 등 변덕스러운 봄날씨로 인한 피해가 이미 상당하다. 이처럼 급변하는 날씨속에 가뜩이나 대책없는 전염병이 번지면 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알려진대로 사과·배 등의 과일나무가 말라죽는 과수화상병은 예방도 치료도 안된다. 국내상륙 5년여가 넘었지만 대응방법이라고는 겨울철 궤양증상으로 감염여부를 확인, 사전조치를 하는 정도다. 오래전 북미와 유럽 등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은 속수무책에 가깝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에서의 발생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기만 하다. 발생 인근지역의 과수를 모두 매몰시키는 극단적인 조치에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사전예찰도 발생정도를 줄일 수 있는 정도여서 답답할 뿐이다.

이에반해 날씨변화는 과수를 비롯한 농작물 생육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기후 역시 아열대에 가까워져 열대야는 늘고 한파는 줄었다. 그러나 올봄 냉해처럼 따뜻해진 겨울은 농사를 저온현상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전반적인 변화 못지않게 갑작스러운 계절을 잊은 날씨변화는 농작물 생육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더구나 올 겨울은 1월 강한 한파뒤 봄같은 날씨가 계속됐고, 4월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여기에 올 여름은 예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을 막기 위한 선제적 예찰활동에 나선 충북은 현장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농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최대한 신속한 판정과 후속조치를 이끄는 것이다. 앞당겨진 발생 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증상발견후 대응이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과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수분과정에서 주로 확산되는 만큼 더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감염을 미리 확인할 수만 있다면 예방·치료는 아니어도 지금의 판세를 바꿀 수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농작물 병충해를 줄이려면 변화에 앞선 조치가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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