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업무상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지난 2019년 12월 24일 오전 4시 5분께 운송업에 종사하는 A씨는 '세종~오송 BRT 도로' 세종방향 3차로를 지나다 덜컹하는 충격을 받았다. 오른쪽 뒷바퀴에 무언가 걸린 느낌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차를 몰았다.

그로부터 5일 후 A(50)씨는 세종시 모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누워있는 피해자 B씨를 차로 치고 도주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이 사고로 숨졌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는 기나긴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가지 근거를 들어 이 사건이 A씨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는 해당도로가 사람이 통행하거나 누워있을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고지점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제한시속 80㎞의 도로로, 주변에 민가나 상업시설 등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도 없다. 보행자 통행이 불가해 도로에는 인도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사람이 있었다 하더라도 주변 환경 상 이를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피해자는 어둠이 짙은 오전 4시께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청주국제공항'이라고 쓰인 노면표시가 있는 곳에 누워있었다. 사고지점과 가장 인접한 가로등(35m마다 설치) 2개도 공교롭게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A씨가 전방주시를 충분히 했다면 피해자 인지는 가능했던 상황으로 추정(다만 사람을 인지했는지, 물체로 인지했는지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한다는 교통사고 분석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사고 당시 오른쪽 뒷바퀴 충격이 사람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고 판사는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한 교통 사망사고를 전제로 한 이 사건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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