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해가 설핏하면 지난 해 생긴 국립충주기상과학관 '연수자연마당'에 이르는 도로에는 코로나19가 무색하리만큼 운동하는 사람으로 붐비기 시작하는 게 요즈음 이 지역 신풍속도이다.

저마다 간편복장으로 열심히 걷는 사람, 뛰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등 모습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비교적 차량 통행이 적고 쪽 곧은 대로로 집에서 뛰기를 시작하여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오면 한 시간이 좋게 걸린다.

차도를 한번 건너는 것 외엔 위험요소가 없고 상큼한 계명산 솔바람을 마실 수 있어 매일 거르지 않고 습관처럼 달리게 된다.

어디 뛸 곳이 여기 뿐일까만 도시에서 가깝고 남녀노소 무리없이 자연속을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이리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렇게 저녁나절 여유롭고 느긋해 하던 사람들이 이튿날 일상으로 돌아가면 한결같이 조급해 지는 것이다.

조그만 양보나 이해도 없이 강퍅해지고 자연속에 넉넉한 미소를 지었던 그 모습은 오간 데없이….

소년에게 잡혀온 다람쥐가 쳇바퀴에 갇혔다 한다.

계속해서 쳇바퀴를 돌고 있는 다람쥐에게 개가 물었다. "왜 그렇게 계속해서 뛰는 거니?"

다람쥐가 대답했다. "자유를 위해서야. 자유롭게 뛰어놀던 그 산으로 돌아갈거야."

며칠이 지난 후 다람쥐는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 걸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이상 뛰지 않았다.

쳇바퀴를 두드려도 다람쥐가 뛰지않자 화가 난 소년은 먹이를 주지 않았다. 며칠 간 굶자 배가 고파진 다람쥐는 다시 뛰기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개가 물었다.

"왜 다시 뛰는거니?"

"생존을 위해서야. 뛰지 않으면 먹을 걸 얻을 수가 없으니까."

뜀박질로 배가 채워지자 다람쥐는 다시 뛰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참동안을 그렇게 있자 다람쥐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도 없는 이곳에서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은 뛰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람쥐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개가 궁금한듯 물었다.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뛰는 거니?"

다람쥐는 밝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응,그건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야."

가끔씩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주변 환경일까? 우리의 속성과 의지일까? 아니면 신의 섭리일까?

그것도 모른 체 우린 지금 쳇바퀴에 갇혀있는 배고픈 다람쥐처럼 의미없이 뛰고 있는 건 아닐까?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흐린 하늘, 잠시 마알가니 벗겨진 틈새로 푸른 공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여지껏 왜 뛰고 있는지 조차 정확히 몰랐던 우매한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아직 이렇게 건강히 직장에 몸담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워럭 목울대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나는 내일도 천천이 거리를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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