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보은여고 수석교사 김영주

우리 보은여고에 참 예쁜 정원이 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이 학교를 방문하던 날, 이 정원에 반해서 다음에 꼭 한번 근무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

정원의 이름은 '미소(美昭)원'인데, 한자의 뜻대로 밝고 아름다운 인성을 갖춘 여성 인재 육성을 꿈꾸며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이름만 들어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빨간 장미가 담장마다 피어나 우리를 황홀케 하는 5월의 마지막 주에 미소원에는 또 하나의 꽃이 한 아름 피어나고 있었다. 바로 '예술한마당 주간'.

학생들은 반별로 조직된 열 명 정도의 조원들끼리 점심시간마다 버스킹 형태의 교정음악회를 열었다. 음악 시간에 배운 우쿨렐레와 칼림바를 기본으로 건반, 타악기, 바이올린 등 조별로 기획한 음악회를 준비해 10분 정도씩 공연하는 활동이다. 잘하는 아이만 뽑아서 공연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활동이다.

전교생의 미술 작품들이 이젤에 기대어 이곳저곳 전시된 정원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등나무 아래 앉기도 하고, 단풍나무에 기대기도 하고, 작품 사이를 오가며 교정의 작은 음악회를 감상하기도 하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작년에 보은여고에 부임하면서부터 꿈꾸던 미소원에서의 작은 음악회가 코로나19로 제한되면서 더욱 간절한 마음이 있었나 보다.

신나게 연주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손뼉을 치며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앵콜을 외치며 호응하는 아이들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연주를 감상하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의 흐뭇한 미소는 내게 보약 한 스푼 같기도 했다.

보은여고 수석교사 김영주
보은여고 수석교사 김영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삶 속에 녹여져 작은 행복을 만들고, 사제간, 교우 간 소통하게 하며, 공동체 간 나눔의 장으로 연결된다면 이것이 곧 살아있는 교육일 거라 믿으며, 내 안에 꿈틀거리는 또 하나의 수업 열정을 품어본다.

'가을엔 미소원 단풍나무 아래에서 중창발표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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