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글을 쓰고 나서도 썼던 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몇 해 전 직장생활에서 세대 간 공감이 필요하다는 글을 썼는데, 직원분이 글을 잘 읽었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평소 내가 잘 따르던 분이라 좋은 의미로 말씀을 해주셨는데도 혹여 마음 불편하게 해드린 건 아닌지 오히려 덜컥 걱정이 됐다.

당시에 젊은 세대에게는 기성세대가 생각했던 정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 내가 하는 방식이 옳으니까 너도 동일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강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적었다. 반대로 젊은 세대들도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과 고민은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세대 간의 시각차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자는 내용을 글로 적었다.

그때 내 마음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 결혼 등 사회문제와 조직생활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고민을 신참인 직장동료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때 만났던 직장동료가 막냇동생보다도 더 어린 나이의 사회 초년생이어서였을까? 그때는 나도 어린 나이라 젊은 직원 입장을 더 많이 고려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고백하건대 그 당시에 나는 유쾌한 선배, 동료였다고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요즘은 나이가 어린 동료를 대하는 게 오히려 조심스럽다. 가끔 후배들이 고민 상담을 할 때가 있는데 얘기가 오가는 중에 '나 때는 이랬는데…'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나를 발견한다. 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80대 요리연구가 심영순 할머니가 60대 박술녀 한복 디자이너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상황에서 "너도 나이 먹어 봐"라고 말한 상황이 이해가 될 때도 있다. 몇 해 전의 나를 지금과 비교하면 기성세대로 가는 과도기 어디쯤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의 소식을 들었다. 배우로 인정받고 업적을 남겼으며, 그녀의 솔직함에 2030 젊은이들도 열광한다. 생계유지를 위해 억척같이 일을 했고 그러면서도 유쾌한 유머 감각, 솔직함으로 무장한 그녀의 어록에서는 연륜의 깊이가 느껴진다. 윤여정 배우 뿐만 아니라 또 관심이 가는 한 사람이 있다. 박막례 할머니다. 할머니는 치매 위험 진단을 받자마자 손녀 손에 이끌려 단둘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때 영상을 손녀가 유튜버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현재 박막례 할머니는 고령이지만 유튜버 스타다. 유쾌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재미와 위로를 느낀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가끔 이들처럼 유쾌한 삶을 살아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윤여정 배우나 박막례 할머니가 유쾌한 어른으로 나이 먹을 수 있었던 건 일상의 순간순간에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되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 먹어가며 모든 경험이 유쾌한 건 아니지만 항상 깨어 있는 생각으로 살고 싶다. '고민'이 답을 줄 수 없다 해도 고민하지 않는 삶보단 고민하고 사유하는 삶 속, 다양한 경험 속에도 유쾌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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