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올해도 주말농장을 분양 받았다. 5월 초순경 고추, 상추, 토마토, 대파 등 모종을 심었다. 모종을 심은 직후 물을 흠뻑 주는 것이 생육에 도움이 된다는 상식을 근거로 물을 주었다. 이런 나에게 농장주가 퉁명스런 말투로 "물을 적당히 줘야지 그렇게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요."라며 잔소리를 연거푸 해댔다. 내가 준 물의 양은 온 종일 비가 내렸을 때 흡수하는 수분량에 대비하면 극히 소량이었다. 내가 농사 초보지만 모종이 썩을 만큼 물을 줄 정도로 문외한은 아닌데 라는 생각에 불쾌감이 확 올라왔다.

사람은 살면서 정신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농장주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려 "좋은 정보를 주려고 한 말이겠지. 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라며 내 마음을 다잡아보았지만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던 농장주의 말투가 거슬려 못마땅했다. 더군다나 친근한 관계도 아닌 내 연배의 농장주에게 잘못한 일도 없는데 비난과 지적을 받고 무시와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몹시 상했다.

누구나 관계 속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인정을 받게 되면 삶을 추동하는 힘이 생기고, 행복감은 배가된다. 법정 스님은 "성욕이나 명예욕 같은 욕구는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극복하기 참으로 어려운 욕구가 있었는데 그것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였다."고 말했다. 국제정신분석가 이무석 박사는 60대 후반이 되었을 때 어린 외손자가 외할아버지가 이무석 박사님이라는 말을 가사 도우미에게 자랑삼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고 기쁘고 힘이 났다고 했다. 100세를 넘게 살고 있는 김형석 교수도 용돈을 받은 손주가 고마워할 때 인정받았다는 마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나이와 상관이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어릴 적에 인정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인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여전히 내 감정과 삶을 지배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거나 비난과 지적을 받게 되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확대 해석한다. 농장주의 비난 섞인 잔소리를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지'라며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인정받기보다 비난과 지적을 받는 경우가 더 많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간과했다. 특히 자식에게 부모의 인정과 지지는 고통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고 고난을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다.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비난을 받는 자식은 마음의 상처가 깊고, 매사 열등감에 빠져 삶이 고단해진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타인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비난을 받게 되거나 인생이 꼬여 마음이 참담해질 때 자신에게 '괜찮다'라고 위안과 격려를 해줘야 한다. 파란만장한 삶의 세파를 견디며 자기답게 잘살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인정 욕구를 채우기보다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봉희 교수는 "나의 가치를 상대에게 인정받기 이전에 나 자신에게 확인시켜야 합니다. 내가 먼저 나의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요. 누군가 나를 거부할 때, 그리고 내 가치를 평가절하 할 때 그의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다짐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분노를 서서히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나의 가치를 머리로만 아는 것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받아들이기를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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