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정치인에게 선거는 활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온다.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는 3월 9일, 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6월 1일로 확정됐다. 대선은 9개월, 지방선거는 1년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는 영원히 반복되는 정치 게임'이라며 선거를 준비하는 여야 정당과 출마자들에게 지난번 선거때의 민심과 정치 상황을 돌아보고 준비해야 후회하지 않는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즉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 선거를 복기하면 앞으로 본인이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보다 2배 가까운 41.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대선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으로 당초 일정인 12월보다 7개월 앞당겨 실시됐다. 헌재는 공무원 임면권 남용,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 의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등을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판단해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홍준표 후보와 한국당은 대선 패배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행위에 대한 싸늘한 민심과 대선 준비 부족, 내부 분열, 여론 조작 등을 꼽았다.

한국당은 대선 이듬해인 2018년 6월13일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연속 참패해 당을 해체해야 하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정치권은 촛불 민심을 외면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인사를 후보로 내고 여론조사 결과도 왜곡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한국당 스스로 궤멸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6·13 지선은 여당 압승, 보수 궤멸로 압축할 수 있다. 1995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여당의 최대 압승이자 야당의 최악 참패로 기록됐다. 전체 17곳 광역단체장 중에 민주당은 14곳에서 승리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텃밭 중의 텃밭인 대구·경북(TK) 2곳에서만 이겼다. 226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과반을 휠씬 넘는 151곳(66.8%)에서 당선됐다. 서울에서는 25개 구청장 가운데 24곳에서 승리했고 경기도는 31곳 가운데 29곳에 파란색 깃발을 꽂았다. 한국당 텃밭인 부산에서도 전체 16곳 중 13개, 울산에서는 5곳 모두를 차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도 당선인을 배출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12곳 가운데 후보를 내지 않은 곳을 제외한 11곳에서 이겼다. 당시 지방선거에서는 후보가 누구든 지 민주당 깃발만 꽃으면 당선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 정도로 민주당 인기가 하늘까지 치솟았다.

한기현 논설고문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하지만 '영원한 권력이 없다'는 말처럼 대선과 지선을 1년여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끝없이 추락해 민주당과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제 1여당인 국민의힘에게는 정권을 다시 찾을 최대 기회지만 아직 내년 선거 전까지 민심이 어디로 행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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