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달라" "돈 달라" 시·구청, 단순 민원에 골머리
"차 빼달라" "돈 달라" 시·구청, 단순 민원에 골머리
  • 박건영 기자
  • 승인 2021.06.10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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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올해 1~5월 당직민원 1천492건 접수
주취자 등 전화에 비상상황 안전 초동조치 우려
공공기관 1층 한켠에 자리잡은 개집 /박건영
청주시의 한 구청 내 1층 한켠에 자리잡은 개집 /박건영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숙직근무가 있는 날은 오늘은 또 어떤 전화가 올까 벌써 스트레스 받아요."

청주지역 내 시·구청 공무원들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새벽 숙직근무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늦은 밤 당직실에 걸려온 전화 한 통, 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 너네 때문인 것 같다" 수화기 너머로 술기운이 느껴졌다. 여기서 중년은 멈추지 않고 넋두리를 연신 해댔다.

당직 근무자는 "선생님, 저희가 해결해드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라고 말하자 "내가 지사를 잘 아는 사람인데 너 이름이 뭐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십 수년 근무를 한 당직 근무자는 이런 주취자 민원이 익숙한 듯 잘 달래 통화를 마치지만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은 난처해하며 선임자에게 전화기를 돌리곤 한다.

또 "개가 밖에 돌아다녀요, 데려가주세요!" 라는 민원도 단골손님(?)이다. 이럴 경우 당직근무자 4명 중 2명은 급하게 출동해야 한다. 대형견일 경우 무서워도 일단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유기견 민원이 들어온 날에는 청 내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출근하는 직원들은 '밤에 민원이 들어왔었구나' 라며 지나친다. 유기견 민원이 단골 민원인만큼 청 내 구석에는 개집이 자리잡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

종종 야간에 직접 찾아와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행려자들은 여비를 요구하며 조건에 충족되지 않으면 숙직실 한켠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근무자들은 이런 행려자들에게 사비로 여비를 손에 쥐어주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청주시 야간 숙직근무 민원실에는 원래 당직근무의 본질과 동떨어진 민원들이 빈번하게 들어온다.

"내 앞에 주차된 차가 전화를 안 받아요, 차 좀 빼주세요", "술에 취한 틈에 택시가 멀리 돌아간 것 같아요, 해결해주세요" 등의 민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 이후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민원까지 급증했다.

청주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당직민원현황은 1천492건이다.

하루에 10건 정도의 단순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셈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원 종류별로는 교통 278건, 청소·환경 342건, 기타 246건, 도로 185건, 보건·복지 180건, 건축·건설 113건등이 접수되고 있다.

이 같은 민원들을 해결해주려 청주시 공무원들은 노력하고 있지만 당직 근무의 본질인 비상상황에 안전초동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주시 관계자는 "당직근무의 본질이 변질된 것 같다" 며 "간혹 대형사고나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락부재로 초동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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