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충북도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여가 등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임금제' 도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능력'에 따른 '차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더 많은 급여는 모든 노동자의 희망이고,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 실제로 실현되면 더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능력과 성과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예전 한 방송인이 '판사 망치와 목수 망치의 가치는 같다'라며 모든 노동자는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법 자체나 마찬가지인 판사를 노동자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양측을 노동이라는 절대적인 개념에 국한해 판단한다면 망치의 가치는 같을 수 있다.

그렇다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대우까지 동일선상에 있어야 한다면 이는 공산주의나 마찬가지다. 생산성은 노력과 능력, 결과물 등을 가지고 공정한 가치 판단에서 기인한 차등적인 급여에서 나온다. 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시장경제, 즉 자유민주주의 운영 수단인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그런데 생활임금제는 이를 간과한 느낌이 든다.

포괄적 임금은 개인의 전문성과 업무의 난이도, 성과 등에 따라 정해진다. 그래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 고용한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가 다른 것이다. 생활임금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질서가 깨질 수 있다.

예를 최저시급 8천720원인 A와 시급 1만원인 B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 둘의 임금 차이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정해졌을 것이다.

만약 생활임금액이 1만원으로 책정되면 A는 최저시급 수준의 업무를 하면서 1만원의 대우를 받는다. 반면 1만원짜리 일을 하는 B는 최저시급 일을 하는 A와 동등한 임금 평준화를 겪게 된다. A와 비교했을 때 자격증 하나라도 더 가지고 있을 법한 B가 이를 두고 임금 차별을 없애면서 근로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이상적인 제도라고 인정할지 의문이 든다.

생활임금제는 기본적으로 형평성 문제를 안고 가는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이미 생활임금제를 도의회 상임위에서 가결 받은 충북도교육청 내부에서 형평성이 제기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생활임금제 도입에 따라 나올 부작용은 예견이 쉬워 보인다. 우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생활임금액으로 임금을 보전 받는데 굳이 난도(難度)가 있는 업무를 맡을 필요가 없고, 임금 평준화로 나타날 의욕 상실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뿐만 아니라 임금이 상승하면 일자리가 준다는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있다. 생활임금제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인건비 총액이 상승한다면 일자리는 더 줄 수 있다고 해석된다.

시행 취지는 공감하나 그렇다고 역사적으로 이어온 기본 질서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부디 생활임금제가 '조삼모사'가 되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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