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마을신문 기자들의 '세상 엿보기'
이윤희 시민기자 (제천시 한수면 봉화재길)

제천 덕산면에 들어오면 아기자기한 컨테이너박스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2017년 5월에 문을 연 베트남 음식 전문점 '아오바바'이다. 아오바바는 베트남 전통의상(남부지방 실용적인 평상복)을 뜻한다. 발음하기 쉽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 몇몇의 이름 후보중에 아오바바가 낙점됐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2016년 여름쯤부터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3명, 한국인 3명이 주축이 되어 사회적기업의 형식을 갖추는 것도 어려웠지만, 주변에서 쏟아내는 부정적 시각이 더 힘들게 했다. 처음에는 가정주부, 여성,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지들끼리 뭘하겠다고."하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비딱한 시선, 현주민이 아니라는, 살림만 하던 주부라는 지역사회의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이 자그마한 농촌 마을에 가득했다.

그러나 아오바바의 주체들은 음식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뢰와 소통의 공간을 함께 만들면서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아오바바에 참여하는 결혼 이주여성과 한국인들은 서로가 주인이고 서로가 종업원이라는 수평의식을 내세웠다. 서로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마음을 나누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의 수평의식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동력장치였다.

사회적 기업이 지향하는 참 가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노동의 공간에서 실현하는 수평의식을 가정생활의 공간을 끌고 들어갔다. 시부모님과 가부장적인 남편으로 인해 가정살림과 바깥일을 모두 혼자 해내야 했던 이들이 이제는 남편이 집안일도 나눠서 하고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당연하게 여겨지게 되는 가정과 일의 양립을 이뤄냈다.

아오바바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일상의 삶을 연대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꿈의 씨앗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개최했던 '베트남쌀국수축제'에 있었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그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과 아이들과 다문화가정이 어우러지는 나눔의 장을 마련했고, 작은 바자회로 얻은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 나눔 행복을 누렸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19가 모든 내·외적인 집단행사를 중단시켰지만, 아오바바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의 울타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삶의 일상연대'를 찾고 있다.

그 첫 번째로 결혼이주여성과 아이들에게 한글교육과 서로의 문화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문화 아이들의 약한 사회성과 학습빈곤의 문제도 해결하는 기회이자, 엄마와 아이가 가족단위로 한 팀이 되어 한글공부도하고 가족상담도 하면서 가족의 정체성을 더 강화시키고자 하는 활동인 것이다.

두 번째는 가을쯤에 요리경연대회도 한단다. 어떤 요리든 상관없이 자신만의 요리를 뽐낼 수 있으면 누구나 상관없이 참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만들어 낸 좋은 요리를 골라 아오바바의 신메뉴로 등록도 할 수 있으면 더 없는 보람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일자리창출은 보너스처럼 찾아오는 기회일 수 있다.

아오바바는 우리가 잘 모르는 베트남의 문화를 알아가고 결혼 이주여성들에게는 한국의 문화가 익숙해지는 문화적 융합의 공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아니라 내 친구 00으로 남는 '이름 찾기'의 계기를 아주 많이 만들려 한다. 이러한 시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시끄럽게 하는 '수다박스'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과 연결돼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타국에서 겪어야만 하는 결혼생활과 육아와 가정생활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며 정답은 없지만 해결 방향을 주고받는 시간과 공간의 주연으로 등장한다.

아오바바는 늘 상상하고 꿈을 꾼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지만, 언제까지나 지역의 결혼이주여성들의 소통의 장이고 학습의 장이고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루어가는 공간으로 서 있는 바람을 말이다. / 이윤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