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어린시절 봤던 공연의 감동은 집으로 오는 길에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리고 지금까지 제 가슴에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감동이 살아있는 문화 체험, 작은 체험들이 더 큰 문화를 만듭니다." 2006년 공익광고로 방영돼 아직까지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송승환 배우이자 예술총감독의 멘트다. 그만큼 어린시절에 접하는 잘 만들어진 한편의 공연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인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일주일에 한번쯤 개봉 영화를 보러 가고, 좋아하는 공연은 골라서 볼 정도로 공연이 넘쳐났다. 하지만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공연의 기회는 이제 사라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장에서 좌석 거리두기로 공연장 전체의 30~50% 객석만 예매할 수 있어 일단 공연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시절이 됐다.

이렇게 문화적 갈증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충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가 지금은 사라진 도 지정예술단 부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옥규 충북도의원이 지정예술단을 도립예술단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도 지정예술단은 도민의 문화 향유권 증대를 위해 우수한 도내 공연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창작 작품을 도민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간을 거슬로 올라가 2007년 충북도립예술단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충북연극계는 도립극단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청주시립예술단으로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이 운영중이었기에 장르 중복을 피하고 도내 전체 문화예술 활동의 파급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결국 도립예술단은 2009년 체임버오케스트라로 창단해 지금은 도립교향악단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예술단이 운영되는 분야의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도내 순수예술학과는 모두 폐과되거나 다른 과로 통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립이나 시립예술단에 포함돼 있지 않은 연극분야는 아직 도내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다. 예전부터 수많은 인재를 길러낸 청주대, 중원대, 세명대, 극동대, 우석대 등에서 신인 배우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청년예술가들을 우리 지역에서 키우지 않으면 인재 외부 유출은 물론 충북의 문화예술은 설 곳이 없게 된다.

공연예술은 종합예술로 무대, 배우, 관객, 희곡이 필요하다. 좋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배우, 그 배우가 설 수 있는 무대, 그 안에는 미술, 음악 등 모든 예술인들이 함께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충북도 차원에서 지역 예술인들과 예술 꿈나무들이 충북에서 활동하며 지역민들과 함께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그렇게 느낀 감동으로 더 큰 충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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