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신예 정치인 이준석이 국민의 힘 대표로 선출되면서 세대교체의 돌풍이 불고 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릴 때만 해도 곧 가라앉을 미풍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시각도 있었지만,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30대가 보수야당의 대표로 선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이 이를 다양하게 해석하지만, 대다수의 여론은 세대교체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정파와 진영 구분 없이 한국사회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기대감도 담겨있다.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세대교체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열풍에 장유유서를 언급한 정치인이 거센 비판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고질적인 난제들을 갖고 있다. 자살률과 노인 빈곤률이 세계 1위이고, 정치 진영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갈등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불평등 문제도 구조적인 현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안들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청년세대의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25%, 즉 4명 당 한명 꼴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고, 비정규직 비율은 더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노인빈곤률과 더불어 청년빈곤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5년간 우울과 무기력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청년들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자 윌킨슨은(R. wilkinson)은 불평등이 고착화되면 제일 먼저 찾아오는 병리 현상이 우울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청년들이 현 정부 들어 기회와 과정의 공정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 현상에 기인한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폭등에 절망하는 청년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부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망한민국'이라고 자학하는 배경에는 절박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정치권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MZ세대(19~39세)가 그 중심에 있지만, 다른 세대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요컨대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이끌어왔던 정치세력들이 현재의 문제들을 풀어 갈 더 이상의 대안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Z. Bauman)이 인용해서 유명해진 그람시(A. gramsci)의 이론이 있다. 낡은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대체되지 않는 공백상황(Interregnum)이 곧 위기고, 이런 상황 속에서 치유하기 어려운 사회적 병리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바우만은 세계체제의 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말했지만,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의 자살률, 노인과 청년의 빈곤, 첨예화된 사회적 갈등, 구조화된 불평등의 사회적 병리 현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고, 이를 방치해서는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없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낡은 생각과 체제(앙시앵 레짐. Ancien Regime)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새로운 세력이, 새로운 대안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 오늘의 한국사회가 요청하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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