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국민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가운데 30대인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정당 역사상 30대 대표가 선출된 것은 처음이란다. 우리 정치의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리라.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선거 날은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여론조사 예상대로 되었다.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공존과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노래 가사를 인용, 샐러들 볼 정책, 스테레오타이핑 즉 '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수락 연설문에서 신선함과 명민함이 느껴졌다. 약자와 국민 그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리라 믿는다.

우리 집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과년한 딸을 어린애 취급해 왔다. 사업에 좋은 의견을 제시해도 공감하기는커녕 무시했다. 자연 트러블이 잦았다. 정치 역사상 한 획을 그은 30대 기수론은 가정의 세대교체 바람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10여 년 전 예기치 못한 사고로 대퇴부가 골절되어 번아웃 증후군에 3년이나 시달렸다. 원예치료란 말이 있듯 꽃과 나무를 가꾸며,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조경에 해박한 지식은 없어도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다 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무아도취에 빠진 듯 정원 가꾸기에 정성을 쏟았다. 농작물도 그렇지만 화초들도 정성을 들인 만큼 보답한다. 황폐하던 나대지가 작은 숲을 이루며 오가는 길손에게까지 행복한 미소를 준다.

도가 지나쳤나 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식물의 종류와 수량이 많아져 아름답던 정원이 조잡스럽게 변해갔다. 보다 못한 딸이 급기야 정원 가꾸는 것을 자기에게 맡겨달란다. 꽃과 나무를 모두 캐내어 심플하면서도 관리하기 쉽게 재배치한단다. 수긍은 가나 잘못하면 아니함만 못하다고 반대를 했다.

딸도 물러서지 않았다. 작은 구멍가게라도 변화와 쇄신을 해야 살아남는단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울타리 장미를 받치고 있던 영춘화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잘라내고, 석패랭이와 금계국도 뽑아냈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 극복과 도약을 위해 깔끔하게 정리정돈 한 것이다. 격려는커녕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내 노력과 땀의 결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허로웠다. 밤새워 작업하느라 고생한 딸에게 등을 토닥여주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했다. 딸과 나와 중간에 있는 남편의 심정은 또 어떨까.

코로나 시대인 만큼 고정관념이나 매너리즘을 타파해야 함은 당연한데도 낯설기만 하다. 마음을 다잡았다. 일체유심조라더니 아기자기함은 사라졌지만, 정갈해졌다. 반응도 좋다. 마음고생 한 게 무색하다.

이난영 수필가 

세대교체는 순리이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가 봐야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듯 연륜은 무시할 수 없다. 정원의 꽃도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보아야 꽃의 모양, 향기, 색깔 등 특성을 알 수 있듯이 가정생활이나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리라.

세대교체는 세대 간 격차를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동심협력해야 한다. 빛으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은 바로 어둠의 터널이듯 젊음은 노인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것을 명심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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